[모란봉] 말 못해 죽은 귀신 없다지만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6/04 [01:56]

[모란봉] 말 못해 죽은 귀신 없다지만

통일신문 | 입력 : 2021/06/04 [01:56]

▲ 박신호 방송작가   

용서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짓이나 생각이 용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다시 따지고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폐청산 한다며 서슬이 시퍼렇게 날뛰던 정부가 지쳐서인지 원성에 이기지 못해서인지 좀 수그러드는 듯하더니 그게 아니다. 숨 고르기가 끝났는지 재가동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설사 죄를 지었다 해도 용서를 모르면 온 천지를 감옥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러다가 어쩌려고 그러는지 탄식만 할 수 없고 가슴이 미어지게 답답해진다. 그야 모른 척하면 한결 여생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못된 짓의 악순환을 보고만 있자니 양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내가 나서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또한 답답하게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말과 글이라는데 이젠 그나마 입지가 좁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 한스럽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어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자판기를 두들기게 한다.

6월이다. 6월은 여니 달과 다른 남다른 달이다. 6월이면 꼬리뼈처럼 따라다니는 게 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한껏 부풀어 있던 중학 신입생이라 아침 일찍 등교했더니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철문에는 알림 글이 붙어있었다. 당분간 휴학이란다.

이후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살벌해져 갔다. 고학년 학생들은 빨갱이들에게 의용군으로 잡혀갈까 봐 다락방이나 마루 밑으로 기어들거나 산속으로 숨었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가정이 파괴되고 도시는 기아와 포격으로 황폐화했다.

지겨운 3년여 전쟁은 피아간에 막대한 사상자를 낳았다. 우리만 피해를 본 게 아니다. 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54,246명이 전사했고 103,284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대다수사람들은 미군이 이렇게나 큰 희생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 미군들은 한국이란 나라 이름조차도 모르면서 참전했다. 오로지 인류의 평화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인류가 지난 100년 동안 100회 이상의 분규와 전쟁을 치루며 뼈저리게 배운 세 가지 진리가 있는데, 첫째는 대립보다 공존(共存)이 낫고, 이데올로기(理念)보다 사랑이 나으며, 자원(資源)보다 두뇌가 낫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리를 북한 정권은 한사코 외면하고 오늘도 주민을 쥐어짜며 핵무기개발에 광분하고 있어 8천만 민족의 절실한 평화가 헛돌기만 하고 있다.

현재 세계가 비축한 핵무기는 1만6천 메가톤으로 전 인류를 열두 번 죽일 수 있는 화력이다. 아직도 지구에는 인구의 4분의 1이 배고픈 채 잠들고 있는데 군사비는 8천억 달러이며, 세계 전체로 따지면 43명 중 1명이 군인이라고 한다. 얼마나 부끄러운 자화상인가.

작가들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강한 필력을 보인다. 50여 년 전 M방송국에서 낮에 나가는 음악프로를 쓸 때다. 2시간 프로라 진행자가 읽을 꼭지가 10여 개 되는데 이 중 한 꼭지는 꼭 유머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다른 글은 쉽게 써지는데 유머 한 꼭지는 매번 애를 먹여 앓다시피 했다. 유머 한 꼭지를 생각해내기 위해 하루가 즐겁지가 않을 정도였다. 새삼스럽게 그때 일을 끄집어낸 것은 이 정부가 너무나 유머가 없어서다.

통일원은 “주민이 다칠까 봐 전단 살포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주민이 아니며 암흑세계에 묻혀 살아도 괜찮단 말인가. 북한 김여정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한마디 말도 없이 폭파했다. 국가 원수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고 있다. 한데도 이 정부는 전단 살포금지에서 한술 더 떠 대북방송도 끊겠다고 한다. 그래야 평온하고 평화가 오나?

두뇌가 나빠 회전이 안 되고 능력이 부족하면 빌리면 된다. 국가 돈은 정권을 위해 쓰려고 있는 게 아니고 애를 써서 축적한 국민에게 쓰자고 한 것이다. 거짓말로 행복할 수 없다. 알뜰하지 않으면 자식들이 쪽박을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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