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평양 주택건설은 주택난 때문인가?

논설위원 이종석 /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4/08 [10:00]

[포커스] 평양 주택건설은 주택난 때문인가?

논설위원 이종석 /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통일신문 | 입력 : 2021/04/08 [10:00]

▲ 논설위원 이종석 /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최근 국내 언론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대규모 주택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이를 놓고 남한의 부동산 문제와 결부시키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북한도 주택난이 심각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게 된 것일까?

남한의 언론이 말하는 평양 주택문제를 남한의 주택난과 같은 의미로 전할 수 있는가? 북한의 주택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북한의 주택난과 주거문제는 심각한 상태였다.

여기서 ‘주택난’이란 지금 남한과 같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용하는 시장에서 불균형 문제가 생겼을 때 쓰이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북한과 같이 국가가 무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주택난’이란 용어는 맞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아직도 60~70%로 추정하고 있다. 남한의 보급률 104%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주택 대부분이 1950~1990년대에 공급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택 수와 성능 면에서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에서 갑자기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택단지, 특히 평양지역에 고급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남한과 같이 부동산 정책문제로 인해 정권이 큰 타격을 받고 최고지도자의 입지가 흔들릴 정도가 된다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북한이 지금같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평양에 고급주택단지를 건설한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살펴보면 그 이유에 대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지난해 3월 17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종합병원 기공식에 참석하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는 난이도가 높은 초대형 건설사업을 20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 시기는 전 세계를 긴장케 했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북한지역도 조기에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정책을 폈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북한 내 민심을 달래고 더 나아가 애민정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자신의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건축을 비롯한 건설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이용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평양의 물놀이장, 승마장, 마식령스키장, 원산갈마 휴양시설, 삼지연지구 개발, 평양의 고층아파트 등의 대형사업을 인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로 보여줌으로써 지도자의 능력을 과시해왔다고 볼 수 있다.

작년의 평양 종합병원은 코로나 19로부터 인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애민사상을 심어줄 기회였다. 특히 이 사업은 오랜 경제제재와 북미회담의 실패로 인한 최고존엄의 훼손을 만회하고, 흉흉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핵심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주문했던 지난 10월 10일, 75주년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평양 종합병원의 준공식을 치르지 못했다.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매우 굴욕적인 사건일 것이다. 반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준공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평양의 300만 시민은 김정은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핵심 지지층으로 볼 수 있다. 평양 시민들의 생활 수준과 소비 수준은 언론매체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배급체계가 과거 경제 파탄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중단된 상황이지만 평양의 일부 계층에게는 아직도 여러 가지 선물 등의 명목으로 배급과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에 개최된 8차 당 대회의 경우 참석자들에게 과일 한 상자의 선물만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고급 가전제품 등 값비싼 선물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북한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은 과거부터 지지세력의 충성심을 막대한 정치자금을 통해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경제적 위기는 얼마든지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8차 당 대회와 함께 시작된 평양의 대규모 주택 건설사업은 많은 의미가 있는 사업으로 비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또 다른 실패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짚어봐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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