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북뉴스 역설] 낟알 먹는 그림의 고기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3/12 [22:19]

[기자의 북뉴스 역설] 낟알 먹는 그림의 고기

통일신문 | 입력 : 2021/03/12 [22:19]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개건현대화 된 평안북도 돼지공장을 준공했다. 평북돼지공장은 생산과 경영활동의 정보화와 먹이생산의 공업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공정들이 현대적으로 꾸려짐으로써 고기생산을 늘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물질 기술적 생산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북한 매체들은 선전하고 있다.

준공식에 참석한 문경덕 평안북도당위원장은 준공사에서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이려는 당의 뜻을 현실로 꽃피울 일념안고 평안북도와 태천군안의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공장개건목표를 높이 세우고 내적잠재력을 총동원하여 공사를 힘차게 내밀었다"고 말했다.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인다? 조선민족에게 있어서 주식은 고기가 아니라 쌀이다. 고기는 어디까지나 부식물이다. 해방초기에 김일성은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이는 것이 일생일대의 평생숙원이라고 자주 언급하고 항상 노고한다고 선전되어 왔다.

비극은 3대에 걸친 숙원이 흰쌀밥에 고기국은커녕 옥수수죽도 변변히 먹이지 못하는 헛나발인 것이다. 1990년대 아사의 폭풍이 지나 간지도 20여 년이 흘렀지만 죽음의 문턱은 여전히 많은 북한 주민들의 목침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주식도 아닌 고기를 논할 여지가 되는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기가 아니라 식량이다. 곡식 먹는 돼지공장은 더더욱 그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이 이러할 진데 돼지공장을 만들어 놓고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성과를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철면피한 짓인가? 북한의 축산에서 초보적으로 단백먹이곁수는 1:3이다. 북한식 고기 1Kg을 생산하자면 단백먹이가 3Kg은 들어가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단백먹이가 다름 아닌 사람이 먹어야 할 낟알인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각급 돼지목장들에 김정은의 명령으로 해마다 다량의 식량이 사료계획으로 보장되고 있다.

북한의 대다수 농촌들에서는 분배를 줘본지가 까마득한 옛날이다. 이제나저제나 학수고대하는 농장원들에게 옥수수 한 알 주지 못하면서도 돼지목장들의 사료계획은 매년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 옥수수 한 줌 한 줌에 명줄을 걸고 있는 북한의 열악한 농민들이 통탄하고 있다. 돼지가 사람 보다 낫다, 죽을 땐 죽더라도 배불리 가져다주는 걸 먹지 않느냐, 사람 먹을 식량도 없는 판에 사람 걸 빼앗아 돼지를 먹이다니? 과연 누구를 위한 목장이냐?

인간중심의 사회라고 번지르르하게 제창하는 북한의 사회주의 사회,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도 판이하게 다르다. 하는 짓을 보면 사람이 중심이고 우선이 아닌 돼지보다 못한 인간! 그것이 현실이다. 왜 그렇게 밖에 단정할 수 없는가? 생산된 고기 역시 인민과는 너무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인민생활향상’이라는 명분만 빌렸을 뿐 용도는 전혀 다르다. 아마 목장고기를 공급받아 먹어 봤다는 탈북민 사례가 전혀 없을 것이다. 고위층을 제외하고 말이다.

 

모두 김정은과 그에 추종하는 간부들, 다시 말하여 소수의 지배계급을 위한 것이고 영수 개인의 낯내기를 위한 것이다. 흔히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많이 이용되고, 기회마다 일련의 낯내기 놀음에 소비된다. 밥 뒤에 반찬이다. 배 채울 걱정이 없을 때 고기 생각이 나는 법이다. 주민들의 초보적인 욕구를 외면하며 생존권을 마구 위협하는 그릇된 정책, 인민을 위함이 아니라 영수를 위함이고, 복무하기 위함이 아니라 수탈하기 위함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돼지공장이 아무리 일떠서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고기다. 그것도 낟알 먹는 그림의 고기다. 

 

이도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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