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담] “체제유지 생명인 핵...미련 버리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 딜레마”

이지영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 림일 작가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2/18 [10:53]

[통일 대담] “체제유지 생명인 핵...미련 버리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 딜레마”

이지영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 림일 작가

통일신문 | 입력 : 2021/02/18 [10:53]

북한이 새해정초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세상이 보란 듯이 야심차게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개최했다. 해방 후 김일성이 창당한 ‘조선노동당’의 대회는 1946년부터 1980년까지 여섯 차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지난 2016년 7차당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당대회이다. 

 

사상처음 1월에 개최된 노동당8차대회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방역과의 첨예한 전쟁을 하는 현 시기다. 올해 초 새로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과 앞으로 북미관계, 국제문제, 남북관계 등을 포함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향후 5년을 조심스럽게 전망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해이며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는 요원해 보인다. 서울특별시 강북구에 소재한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본지 객원기자인 림일 탈북작가와 정치학 박사인 탈북민 이지영 교수가 ‘김정은 정권의 향후 5년을 전망하다’를 주제로 신년대담을 가졌다. 

 

▲ 통일 대담 이지영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림일 작가



 

림일 = 작년 10월,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뒤 3개월도 안 된 시점에 열린 이번 조선노동당8차당대회는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이번 대회의 경우를 봐서 앞으로 당대회는 5년 주기로 열릴 것으로 전망해 보는데 어떻습니까?

 

이지영 = 이번 노동당8차대회 개최 예고 발표는 작년 8월 하순에 했잖아요. 어쩌면 단기간인 6개월 전에 예고하고도 무난히 개최하는 걸 보면 다소 놀랍네요. 또한 2016년에 있은 7차당대회는 5,054명이 참석해 4일간 진행된데 비하면 7,000명이 참가하여 8일간 계속된 이번 8차당대회가 더 큰 대회라고 봐야겠지요. 

 

림일 = 김정은 위원장의 당(堂) 직함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에서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바뀐 것이 이번 대회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사회주의국가서는 내각 직함(수상·대통령)보다 당 직함이 우선입니다. ‘총비서’는 소련공산당에서 모방하여 북한이 1966년부터 쓰는데 과거 김일성·김정일 두 사람이 사망 전까지 가졌던 당 직함입니다. 이로써 북한 정치사에는 3명의 전·현직 ‘총비서’가 있는 셈입니다. 

 

이지영 =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제1부부장의 승진은 없었어요. 아마도 2년 전 북미하노이노딜회담, 뚜렷한 성과가 없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김여정을 승진시키기에는 김정은 위원장도 다소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고 강등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놀랍게도 김여정은 이번 8차당대회 기간에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대한민국 국군 합참의 북한 열병식 동향 파악을 두고 “세상사람 웃길 짓만 골라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데서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머저리들” 이라며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어요. 

이것은 대남문제 만큼은 자신이 언제든 직접 나선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앞으로 김여정은 북한당국이 새로 신설할 수도 있는 북한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국가보위특별위원회’(가칭) 위원장으로 임명될 걸로 예단해요.

 

김여정 부부장 승진이 없었던 것은 이례적

국군합창 열병식 동향 파악 두고 한 맹비난

대남문제 만큼은 직접 나선다는 신호이기도

앞으로 북한당국이 신설할 수도 있는 북한판

가칭 ‘국가보위특별위원회’위원장에 임명될 듯

 

림일 = 정말이지 신기한 것은 이번 당대회장에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7,000명이 자리를 잡았는데 모두 노마스크입니다. 그런데 대회기간 중 부문별 협의회에 수백 명씩 소회의장에 모일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이죠. 유독 김정은만 참석하는 어떤 장소에서도 모두 노마스크인데 이것은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19보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최고 존엄’의 위대성을 더욱 증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지영 = 대회 참석자 중 당중앙위원회 지도기관성원 250명, 전당의 조직대표자 4,750명 가운데 여성은 501명으로 비율은 10%이에요. 방청은 2,000명이죠. 허나 정치국 상무위원(5명), 정치국 위원(14명)에는 여자가 단 한 명도 없으며 정치국 후보위원(11명) 중에 유일하게 박명순 당중앙위원회 경공업부장이 있어요. 

이것은 북한사회를 이끄는 국가간부 계층에 여성 지도자 진입이 매우 힘든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고 봐요. 북한은 아직도 가부장적 윤리관습이 많이 지배되는 봉건적이면서 폐쇄적인 사회 체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림일 = 김정은 위원장은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비핵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대신 ‘핵’이나 ‘핵무력’을 47번 반복하여 강조하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전략핵무기 등의 개발을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대선, 강대강’으로 맞서고 남한에는 “조국통일을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1991년 9월, UN에 대한민국과 동시에 가입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경제적 규모로 볼 때 남한의 50분에 1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하여 2천만 북한주민 상당수가 계속 기아와 빈궁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인간생명 유지의 기본적 필수조건인 ‘식의주’(음식, 의류, 주택) 문제도 못 해결하면서 노동당 독재체제 유지 목적의 핵·미사일 연구개발에 우선적인 국가투자를 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뻔뻔스러워 보입니다.

 

이지영 = 이번 8차당대회주석단 배경은 특이했어요. 과거 당대회장에는 수령인 김일성 혹은 김일성·김정일의 대형사진이 걸렸는데 이번 대회에는 없었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수령들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는 걸로 보여요. 

부친인 김정일은 생존에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외국방문은 별로 하지 않았죠. 고작 영화촬영소와 평양시내 여러 대형극장을 방문하여 예술창작 지도를 집중했거나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책상머리에서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정업무를 많이 보았는데 거기에 비하면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잖아요.

그래서 지난 10년간 마식령스키장, 과학자거리, 려명거리,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원산갈마관광지구, 삼지연시 건설 등 많은 건축물을 세웠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관광객이 거의 없는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죠. 

집권기간 인민생활을 전혀 향상시키지 못한 아버지와 달리 자기는 뭔가를 하고 싶은데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발목을 잡은 격이죠. 그 답답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지난 5개년 인민경제 계획 수행 미달”이죠. 인민들에게는 “나는 그래도 경제발전을 위해 애써 노력하니 믿고 따라 달라”는 뉘앙스를 계속 던지죠.

 

과거 당대회장에 김일성·김정일 대형사진 걸어

이는 선대와 차별된 정책 펴겠다는 것으로 보여

 

10년간 마식령스키장, 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

건설 등 많은 건축물 세웠거나 현재도 진행 중

집권기간 인민생활 향상 못시킨 아버지와 달리

뭔가를 하고 싶은데 미국 등 제재 발목 잡은 격

답답함을 ‘5개년 인민경제 계획 수행 미달’표현

 

림일 = 노동당 지도부 세대교체가 있었는데 북미 비핵화협상에 나섰던 김영철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복귀했고 다행히 정치국 위원직은 유지했습니다. 전임인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해임된 거로 보입니다. 

대미 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조동(강등) 되었고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에 남았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대남비서, 국제비서 임명이 없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북한정권이 향후 5년간 대남, 국제문제 보다는 국내 내치에 더 집중하겠다는 대목으로도 다소 비쳐집니다. 

 

이지영 = 중국은 국가소유의 토지를 개인에게 20~70년씩 임대해줘요. 그 땅에 지은 건물은 개인소유로 인정되며 매매가 가능하죠. 허나 건물주가 국가전복 및 반역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몰수할 수 있어요. 대단히 특이한 사회체제죠. 

이것이 세계최대 국가인구인 14억 인민을 하나로 완벽히 통제하는 중국공산당의 독특한 영도(독재) 정책의 숨은 비결이지요. 이런데서 자신감을 갖는 중국공산당은 조선노동당에 중국식으로라도 개혁개방 할 것을 은밀히 강조하고 있어요. 북한은 무역의 96%를 중국과 하기 때문에 베이징을 철저히 숭배하고 따라야만 해요.

사실상 오늘의 북한경제가 지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사회주의국가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죠. 만약 중국이 어느 날이 북한에 들어가는 가스(석유)관 밸브만 막아도 평양은 10일도 못 버티고 투항할 거예요. 

 

림일 = 현재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이고 진전이 없는 것은 북한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싶겠죠. 허나 UN의 대북제제에 걸려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겁니다. 향후 미국의 바이든 정권에서는 북핵문제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으로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마지못해 응하는 방식 등 다양한 옵션을 보일 것으로 짐작하죠. 당대회에서는 ‘선미후남’ 뉘앙스를 밝혔지만 내심 바쁜 김정은은 다시 한 번 남한을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북한경제가 지탱하는 큰 이유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강 사회주의국가가 배후에 있기 때문

중국이 어느 날 북한에 들어가는 가스(석유)관

밸브 막으면 평양 10일도 못 버티고 투항할 것

 

이지영 =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서 9시간의 연설을 했는데 그 가운데 ‘경제’를 많이 지칭했어요. 그는 시장경제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잘 알 거예요. 여하튼 어떻게 하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노력만큼은 있어 보여요. 

향후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식의 형태로 개방을 할 수도 있어요. 과거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을 시도해서 10년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진행해 왔잖아요. 이것까지 잘 아는 김정은이죠. 여기에 자기만의 특별한 정책을 접목해서 이른바 ‘김정은식 개혁개방’을 머지않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봐요. 

절대 긍정은 절대 부정이란 말이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유지 때문에 개혁개방을 다소 고민하는 것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전 세계에서 북한만큼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사람관리를 하는 나라가 없으니까요. 

 

림일 =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현 단계의 경제 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이다. 5개년 계획의 주제는 자력갱생, 자급자족” 이라며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5년 뒤에 9차당대회를 열겠다는 소리입니다. 

내 보기에는 2026년에 개최할 것으로 예견되는 9차당대회에서도 분명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미달’ 소리가 나올 겁니다. 북한체제에서는 경제가 회생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지금처럼 핵·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수령 동상 건립 및 우상화시설 신축이 계속되는데 어떻게 인민생활이 나아지겠습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100만의 청년들이 10년간 군사복무를 하는 것은 나라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주민들이 생계와 장사를 위해 지역을 유동할 때 국가의 승인을 받고 다니는 ‘통행증제도’ 또한 경제발전의 애물단지입니다.

 

시장경제 외에 특별한 대안 없다는 알고 있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노력만큼은 있어 보여

향후 중국식 형태로 개방을 할 수도 있을 것 

특별한 정책 접목해 ‘김정은식 개혁’실시할 것 

 

이지영 =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에서 ‘5개년 계획수행 미달’ 발언은 미국을 향해 “제재를 좀 풀어 달라!”는 신호예요. 체제유지의 생명인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이 갖고 있는 딜레마이겠죠.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핵 포기만큼은 실행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없이는 자기 생명도 끝이라고 보니까요.

남한에는 미국에 굴종·아부하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해보자는 듯해 보이는 뉘앙스를 던졌어요.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첨단무기를 남한 땅에 들여오면서 왜 공화국의 핵이나 미사일을 시비하는가? 하는 식이죠. 어불성설이죠. 문제의 그 핵만 포기하면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말이죠. 

 

림일 = 다소 꿈같은 소리이겠지만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통이 크게 핵을 포기하는 경이적인 사변이 있기를 바랍니다. 과거와 지금처럼 체제유지를 위한 군사력 증강보다는 인민생활 향상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세상이 알다시피 북한주민 과반이 멀건 죽으로 연명하는 생활수준에 있는데 ‘인민의 어버이’라는 김정은의 모습은 어떤가요. 너무나 살이 찐 그 얼굴은 앙상하게 여윈 인민들의 얼굴과 대조적입니다.

 

이지영 = 어느 사회서나 마찬가지로 여성과 아동이 가장 약자예요. 북한의 여성과 아이들 40%가 영양실조에 허덕인다는 통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예요. 불쌍한 북한주민들의 아픔은 정말 비극적이죠. 그 땅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 그들은 숙명적인 삶을 사는 무지몽매한 천민이라 봐야겠지요. 

김정은 위원장도 나라의 수령(대통령)이기 전에 한 여인의 남편이고 아이 아버지잖아요. 자신이 진정으로 ‘인민의 어버이’라면 나라의 2천만 인민을 제 자식처럼 사랑하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정치를 해주시기를 기대해요.

 

정리 = 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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