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재조정이 절실한 한미 워킹그룹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1/13 [21:31]

[포커스] 재조정이 절실한 한미 워킹그룹

통일신문 | 입력 : 2020/11/13 [21:31]

<정복규 논설위원>

한미 워킹그룹의 재조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적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다. 한미 간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20일 출범했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의 남북 간 교류 협력마저 미국의 ‘트집’ 때문에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평화 행보는 한미 워킹그룹 때문에 2019년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한미 워킹그룹은 일종의 TF(Task Force)다. TF는 군사와 행정 분야에서 임무를 할당받아 해결하기 위해 편성되는 임시 조직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남북관계를 오히려 철저히 통제해 왔다.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의 대북 행보를 통제하려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효율성이 크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남북관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족쇄에 불과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020년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발언도 주목된다. 해리스 대사는 ‘개별관광’을 포함한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개선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어떠한 계획을 실행하거나 이행하려면 먼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초 독감약 타미플루를 북한에 실어다 줄 차량의 군사 분계선 통과 문제를 두고는 유엔사령부가 지원을 불허했다. 여기서 말하는 유엔사령부는 사실상 미국 정부 입장을 말한다.

북핵 문제와 대북 정책은 현재 미국의 대내외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멀어져 있다.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대북 정책이 가닥을 잡으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문제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때까지 한국은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형국이다. 미국이 준비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의 내용들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행보를 통제하지 못하면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주도권이 손상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미국은 ‘패스트 트랙’ 혹은 ‘효율성’ 등을 명분으로 포장해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결국 이 기구는 한국의 주도권 행사를 막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한국 외교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반드시 재조정해야 한다. 갈수록 국제정치는 나라마다 국가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국가 이익이 희생되는 우(遇)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국가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 외교가 절실하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은 투 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 인도적인 협력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

물론 군사·안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사업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규제를 다루고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 내에서 논의할 것과는 별개의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스스로 처리해 가는 것은 자주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다.

일일이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로는 오히려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미관계는 할 말은 하면서 한미 워킹그룹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 범위 밖에서 가능한 일들은 우리 스스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동맹이라는 명분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한미 워킹그룹은 당장 눈앞의 남북관계의 발목만 잡고 있다. 이는 우리 외교의 미래까지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일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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