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남북언어 이질화는 통일의 역행이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1/13 [21:31]

[통일칼럼] 남북언어 이질화는 통일의 역행이다

통일신문 | 입력 : 2020/11/13 [21:31]

<고제성 객원노설위원·민주평통위원>

금년 10월 9일 한글날을 기해 한국교육연구소는 정부에 이런 건의를 했다. “현재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 현상이 더 심화되면 통일이 어렵게 된다”며 바른 언어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년 10월 9일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한글날이다.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의 발로로 어렵고 쓰기 힘든 한자(漢字) 대신에 간편한 우리 글자를 펴낸 우리 민족사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된다.

오늘 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원들은 의사소통을 위한 나름대로의 고유 언어를 갖고 있지만 고유 문자를 사용하는 민족은 5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고유 언어와 함께 고유 문자까지 가지고 있어 어느 민족보다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한글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을 수여하고 있다.

‘언어적 종말’이란 책을 보면 2주일에 1개꼴로 언어가 사라져 200년 후에는 세계 언어의 종류는 200여개 정도만 남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영어가 생존적 세계화의 시대정신 속에서 한국어는 초가삼간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민족분단으로 인한 이질화 현상으로 한글의 정체성이 점차 변질되고 있으며 이러한 민족 언어의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면 민족통일도 어렵다는 충고도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고유 언어와 문자는 민족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민족정기를 함양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현재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현상은 심각성을 안고 있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어문(語文)정책과 언어문화가 형성됨으로써 언어 이질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언어마저 분단되는 심각한 현상이 초래되었다. 물론 남북 언어의 분단과 이질화의 심화는 남북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에 언어를 사상교양의 수단으로 또는 혁명과 건설의 중요한 무기로 규정하고 주민들의 언어생활을 조절·통제해 왔다.

1966년에는 김일성 교시에 따라 우리나라 표준말인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 평양문화를 만들어 사용케 함으로써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더욱이 북한은 언어문화를 이용해 통치수단과 개인 우상화의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언어생활에서 호전성과 전투성이 난무하는 오류를 야기 시켰다. 예컨대 ‘박살내자·원수를 족치자’ 등 과격하거나 몰상식적인 언어 표현이 북한에서 평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남한의 언어문화도 심각할 정도로 왜곡되고 탈선된 것이 사실이다. 남한의 외래어 남발 현상이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적도 없는 기형적 언어가 난무하면서 우리 언어문화의 순수성이 파괴되는 잘못은 하루속히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이 같은 남북한의 언어문화의 이질화 현상은 민족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통일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이질화 현상은 통일 이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남북한 언어 이질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통일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남북 언어의 동질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을 올바르게 살려 쓰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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