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1평 무덤이나 100평 무덤이나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1/06 [21:26]

[모란봉] 1평 무덤이나 100평 무덤이나

통일신문 | 입력 : 2020/11/06 [21:26]

<박신호 방송작가>
올 한가위 연휴를 전후해서 정부는 코로나 확산 감염을 우려해 국민에게 귀성과 성묘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코로나 19 전염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 대다수도 찬동하고 협조했다.

역대 이런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국난이 났을 때를 빼고는 부모 자식이 만나지 말자고 한 적이 없으며 성묘를 하지 않은 적도 없을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반대 짓을 한 사람도 있다. 그거야 지각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된다. 그보다 귀성과 성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마침 파주에서 사느라 수없이 많은 무덤을 보게 된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도 묘역을 볼 수 있어 자연히 성묘를 볼 수 있고 귀성 시기를 알 정도다. 그러니 불효를 하려고 해야 할 수 없다 할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이따금 사람이 죽으면 꼭 무덤에 묻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관리하고 있고 자주 성묘하는 무덤이라고 해도 무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집은 선산이 없다. 아버님은 당신이 원하신 대로 한강에 보내드렸고, 어머니 역시 가고 싶으신 동산에 보내드렸다. 그래서 때 없이 강물을 바라보거나 동산을 올려다보면서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곤 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강과 산을 품고 계시는 부모님은 시속에 시달리지 않고 영면하고 계시지 않나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신문을 펼치다가 사진 한 장이 눈을 끌었다. 메마른 땅 여기저기 무덤이 보이는 곳에서 조그마한 맨흙 무덤 앞에 터번을 두른 남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설명을 보니 ‘공동묘지 한 쪽에... 한 뼘 무덤으로 돌아간 쿠웨이트 국왕’이라고 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주위의 여니 무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황량한 사막 같은 대지에 다른 묘와 똑같은 무덤이 쿠웨이트 국왕의 무덤이라니 사진이 잘 못 실린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봤다. 사진 설명은 틀림이 없었다. 14년간 쿠웨이트를 통치하다 지난달 29일 91세로 타계한 알사바 국왕의 무덤이 분명했다. 지위에 상관없이 간소한 장례를 치르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이튿날인 30일 묘지에 안장됐다는 것이다. 무덤 크기도 일반 묘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 평등하며, 장례식은 흙에서 나온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과정이기 때문에 검소하게 치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것도 관도 없이 들것에 실려 2일 만에 장례를 끝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가벼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무덤에 대한 담론이 오가더니 부쩍 여러 곳에 납골당이 생겼다. 하지만 그마저도 싫은 집에서는 망자의 유언에 따라, 혹은 집안 형편에 따라 유골을 수장하기도 하고 산에 뿌리기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막고 있다.
법으로 산이나 강에 유골을 뿌릴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이후에도 국가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가는 공수래공수거 인생길까지 파랑 등, 빨강 등, 노랑 등에 따라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은 공론에 붙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무덤문화에 대해서 폭넓게, 시간을 두고 충분히 토론을 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뒷날 무덤을 파 버려야 한다는 험악한 말을 듣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선산이라 해서 자연을 훼손해가며 널찍하게 자리를 점령하고 화려한 묘지를 조성해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졸부들에 의해 명당자리(?)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가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있지만, 방역을 이유로 귀성과 가족 상봉과 이동의 자유가 통제받는 사회가 되는 건 싫다. 국가권력이 동원될 기회를 줄여나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민의 역량이 집약돼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지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한 평 무덤에 묻히건 백 평 무덤에 묻히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마저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덧없는 인생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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