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평양시민들과 악어의 눈물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10/21 [15:20]

[통일칼럼] 평양시민들과 악어의 눈물

통일신문 | 입력 : 2020/10/21 [15:20]

<송두록 논설위원>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위선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 말은, 고대 이집트 나일강에서 살고 있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에서 나왔다.

실제로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눈물을 흘릴까? 실제로 흘린다. 그럼, 악어가 왜 그럴까? 잡아먹히는 사람에 대한 죄의식, 악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잡아먹어야 한다는 미안함 때문에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걸까? 전혀, 아니다.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생리적 현상일 뿐이다. 악어는 물 밖에 나와 있는 자신의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평소에 눈물을 자주 흘린다. 그 눈물샘을 관장하는 신경이 먹이를 씹는 행위를 하는 신경이기도 해서, 악어가 먹이를 씹어 먹으면서 체내 염분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잡아먹히는 사람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깊은 반성의 눈물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눈물에 약하다. 앞에 있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가 살아온 과거 고생했던 이야기를 시작하면 듣고 있다가 괜스레 울컥해지고 같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심지어 상대편이 분명 큰 잘못을 해서 나무라다가도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 괜히 내가 잘못한 것처럼 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성의 선동 정치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나 커다란 사회적 해악을 저지른 사람들 가운데 언론을 통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야욕을 달성하는 모습을 우리들은 자주 본다.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 나쁜 사람들이 북한의 평양에 많이 모여서 살고 있나 보다. 지난 노동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사태나 작금의 고난을 잘 극복해 준 인민들이 고맙다면서 울컥 눈물을 쏟았다. 이를 보던 평양 시민들이 애잔한 듯 같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악어들끼리의 눈물일 뿐이다.

평양이 어떤 곳인가? 북한의 핵심계층 28% 가운데에서도 고르고 골라서 전체 북한 인민의 불과 1~2%가 살고 있는 북한의 수도이다. 북한의 배급체계가 무너져도 평양시민에게는 식량 배급이 계속된다. 북한 인민 전체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식량을 평양시민들만 우선적으로 먹는다? 그러면서 변두리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인민들은 굶어 죽는다? 그게 바로 악어이다.

그 뿐인가. 지난 1010일 대규모 열병식 때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걱정되어서, 최근까지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에 특수부대를 배치해서 국경에 무단 접근하는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사살 명령을 내렸던 북한이다.

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에, 10월 한 달 동안 인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몇 달 간 준비했던 대집단체조도 중단했던 북한이다. 만약에 이번 사태로 북한 전역에 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코로나 방역 물품이 최우선적으로 공급될 지역은 물론 평양이다. 결코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변두리 지역일 리가 없다. 변두리 인민들의 삶을 갈취하는 게 평양시민들이다.

지금도 어디서 태어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열 백번 물어도 북에서 태어나고 싶다. 북쪽은 사람 사는 세상이고,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다이 말을 듣는 함경도, 양강도 등 변두리 지역 출신의 탈북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깨끗한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압록강까지 나가서 물을 퍼서 머리에 인 채 힘들게 걸어가던 북한 혜산시 어느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열병식 때 나온 눈물을 닦던 김정은 위원장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과연 얼마짜리일까? 열병식 장면을 본 세계인들이 오히려 관심을 갖는 사항 중의 하나이다. 생리학적 눈물이 아닌, 진심어린 눈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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