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일그러진 한가위 보름달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9/15 [15:44]

[모란봉] 일그러진 한가위 보름달

통일신문 | 입력 : 2020/09/15 [15:44]

<박신호 방송작가>

올 한가위에는 티 없이 맑고 밝은 둥근 보름달을 보고 싶다. 세상이 하도 수상해서 달님도 찌푸리고 내려다볼 것만 같아서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라19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이겨내기 버거운데 잘났다는 사람들이 튀어나와서는 흙탕질을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난린가 싶다. 그것도 법을 가장 잘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와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분탕질이니 더 팔짝 뛸 노릇이다.

20여 년 동안 나가고 있는 모임 중에 안산회가 있다. 은퇴들 하고 건강을 위해 등산하자며 열 명이 매주 주변 산에 오르는 모임인데 80이 넘고서는 술이나 한잔하자며 1년에 몇 번 만나고 있다. 공직에서 은퇴한 노인들이라 만나면 우국지사들이 된다. 그런 노인들이 코로라19가 극성을 부리기 전 만난자리였다.

누군가 정치판 얘기를 꺼내자 이구동성으로 아~ ~ 하며 제지들 했다. 입맛 떨어지게 정치판 얘기는 말자는 것이었다. 한 친구는 꼴 보기 싫어 난 뉴스도 안 봐!” 하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누군가 그래도 뉴스는 봐야지했다. 아무리 정치판에서 눈꼴사나운 짓이 벌어지고 있더라도 알고나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완고하게 거부했다. 몇 십 년을 보던 통신조차 끊어버렸단다.

8.15광복 현장에도 있었고 6.25한국전쟁도 생생하게 겪은 연대이며 고위 공직 출신들이다. 그들이 모임에서 아예 정치판 얘기를 걷어치우자고 한 것이다. 나라 위한 얘기인데 마다고 하는 게 너무 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 한마디 했다. “꼭 그럴 것까지 있겠나. 주제로 삼지만 말자고”, “?” 주위 표정을 보니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그러세, 해 봤자 욕이나 나오고 열만 오를 테니까그러고 말았으나 이 시간에도 정치판은 저 잘났다고 떠들고 있다.

요즘은 자가 수양하고 있을 수밖에 없어 신문도 보고 뉴스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 두세 시간은 족히 소비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그런 내가 바보였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멍청이가 됐나 싶어졌다. 상식조차 없는 인간들이 날뛰는 얘기를 왜 시간을 낭비하나 싶어서였다. 정의와 공정과 공평을 외치던 이 정부는 이미 정의도 공정도 공평도 처절하게 반신불수를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정부와 정치판 뉴스에 시선을 보내고 있자니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 공정, 공평? 땅에 떨어졌어!”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야. 뭉개진지 오래야!”

나는 아직도 정의(正義)가 뭔지 확실한 뜻을 모른다. 이 정부 들어서서 일었던 정의의 바람이 그렇게도 억세게 휩쓸고 다녔어도 정의의 개념이 뭔지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못 됐다. 누가 물으면 모르고 묻지 않으면 알 정도였다. 그래서 확실히 알려고 국어사전을 열어 봤다. [올바른 마음 또는 바른 뜻]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 했다.

참 쉽게 풀이도 해 놨다. 한글을 익힌 아이들도 쉽게 알 것이다. 한데 어른들은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다는 사람일수록 더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법전을 달달 외운 사람들이 더 모르는구나 싶다. 법원과 검찰청을 많이 드나든 사람들이 더 모르는 것 같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를 점거한 사람들이 정의를 더 어기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무지렁이소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아니라 한사코 우기고 있으니 화 안 낼 사람이 있겠나. 더구나 내 세금을 받아먹고 있지 않은가. 배가 고파 화나고 정의가 반신불수가 된 정의에 더 화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옛날 어른들은 억지를 부리는 사람에게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다 안다고 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도 아는 걸 가지고 굳이 법에까지 물어볼 것 없다고 한 말이다. 한데 어찌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만도 못하나 싶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은 것은 검다 하고 흰 것은 희다 하는 것이 정의고 올바른 마음이다. 올 한가위 달님 표정이 마음이 편치 않아 일그러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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