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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미의 한반도와 법] 북향 여자, 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
 
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07/30 [14:55]

<전수미 화해평화연구소 소장·변호사>

안녕하세요. 전수미 변호사님이시죠. 변호사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오늘도 사무실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북한에서 온 그분. 울먹이셨고 다급해 보이셨다. 어떤 분이 힘들게 괴롭힌 걸까라는 아픈 마음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제발 계속 용기를 내셔야 할 텐데, 이번 연락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데. 상담 날짜를 잡고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북한이 고향인 여성들에게 듣는 이야기를 통해 느낀 것은 오직 남성들만 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는 것. 여성들은 집이나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성에 대한 이야기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북향 여성들에게 성지식이 전무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북한에서 여성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난잡하고 부도덕한 여자로 간주되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또한 여성의 성에 대한 무지를 가중시킨다.

2014년 통일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북향 여성이 경험한 성폭력범죄는 응답자 중 48%로 그 수치가 매우 높다. 또한 ‘2011 경남대의 북향민의 법의식 사례연구에 따르면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비율이 27%, 인권은 미국이나 남조선에서 북조선을 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16.2%였다. 전체의 43%가 인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피해자가 두려워 이를 피하면 피해자의 지인이나 학교에 찾아가 피해자의 인생을 매장하는 2차 가해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수많은 성폭력 피해여성들은 북한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성폭력이 처벌되는 범죄인지 모르거나, 홀로 남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서 남자들에게 보복당할까 두려워 지금도 신고하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울고 있다. 자신이 피해자인데도 행실을 잘못해서, 도덕적이지 못해서라고 스스로를 탓하고, 상대 남성의 보복을 두려워하여 신고를 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고, 특히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고 있다. 북한 형법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 남한에서는 동의 없이 함부로 여자를 만지면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여자가 원하지 않는데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교를 하면 강간죄라는 중한 죄로 처벌한다. 자신이 남한에서 힘이 세고 지위가 높은 점을 이용해 북한에서 온 여자를 겁탈한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한다.

또한 상대가 연인이든 지인이든 관계없이 누군가가 우리를 때리면 폭행죄로 처벌된다. 본인의 마음을 거절하거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당신을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 남자관계가 복잡한 여자라며 거짓정보를 흘려 매장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건 인간이 가진 자유이다. 그러니 참지 말고, 당하지만 말고 일어서자.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이곳에 온 당신,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다. 그런 소중한 당신을 누군가가 함부로 만지거나, 원하지 않는 성교를 하고 촌스럽게 왜 이래”, “남한에서는 다 그래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범죄자이다. 술을 잔뜩 먹이고 겁탈했다면 준강간, 자신이 남한에서 윗사람이고 힘이 센 사람이라면서 성교를 사실상 강제해 왔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남한에서 정말 큰 죄이다.

당신이 목소리를 내고 신고를 해야 다른 북향 여성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죄 지은 남성이 당신을 꽃뱀으로 몰고 가고 합의하에 성교를 했다고 말하더라도 흔들리지 마라. 그것은 가해자가 당신을 흔들기 위한 기만이고 2차 가해일 뿐이다. 당신의 몸은 소중하고, 그런 당신의 몸을 만지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로동교화형을 받아야 할 범죄자이다.

그러니 소중하고 귀하며 존재만으로 빛나는 그대. 당신이 겪은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이며, 피해자인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여기 남한은 사회적 정의가 살아 있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남한을 믿고 나를 믿고, 우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내자. 가만히 울고만 있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그 피해자가 나, 그 다음은 우리 아이일 수 있다. 더는 우리의 몸, 우리의 청춘, 우리의 목소리를 뺏기지 말자. 이제 당신이 목소리를 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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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30 [14:55]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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