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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일본 스스로 나치 잔혹사 교훈으로 삼게 해야
 
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05/20 [14:57]

 <정복규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 당시 각종 고문과 생체실험 등이 자행된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가 지금은 생생한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잔혹한 역사도 교훈으로 삼을 줄 아는 용기가 진정한 과거사 반성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나치 독일이 2차 대전 전인 1937년에 세운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는 40헥타르에 이르는 수용소 외곽을 강한 전류가 흐르는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쌌다. 이곳에서는 인체 실험과 생체 해부가 자행됐다. 나치는 새로운 독극물과 해독제를 만들면 먼저 부헨발트에서 실험을 거쳤다. 생체 실험이 끝난 시신들은 10번이라고 쓰인 나무문을 통해 처리실로 옮겨졌다.

사람 피부로 만든 전등 갓, 벗겨낸 피부에 그린 외설적인 그림, 축소시킨 사람의 머리 등이 있다. 유대인과 정치범 등 수감자 28만여 명 가운데 56천여 명이 굶주림과 강제노역, 고문, 질병 등으로 생을 마감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독일인들이 착하기 때문이 아니다.

독일의 안보 현실 탓이 크다. 냉전 시절 독일은 지극히 위태로웠다. 서쪽은 미국과 영국·프랑스, 동쪽은 소련 치하의 동구제국에 포위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대전 책임이나 유대인 학살을 부인한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독일은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해 유럽의 멤버십을 인정받아 경제로 승부하자는 전략을 선택했다. 전후 독일이 잿더미를 딛고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배경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독일과 똑같은 전범국가지만 지정학적으론 독일만큼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

이웃 한국은 경제 규모가 형편없는 약소국이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광기에 빠진 삼류 국가였다. 소련은 유럽에 집중하느라 일본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뻔뻔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미국이다. 전범 재판으로 수뇌부를 처단한 뒤 경제를 부흥시켜 공산 진영에 맞서는 보루로 만든 것은 독일과 일본에 대해 똑같았다. 하지만 과거사를 놓고는 시각차를 보였다. 독일에 대해선 나치의 만행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만행에 대해선 집요하지 않았다. 하와이 진주만에 제로기의 폭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 잔해를 기념관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미국 땅에서 일제의 죄악을 상기시키는 시설물은 찾기 어렵다.

미국의 뿌리가 유럽이다 보니 독일과의 전쟁 기억이 더 컸다. 더 큰 이유는 워싱턴을 장악한 유대인 파워에 있다. 나치의 만행과 유대인 잔혹사를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 일본과 관련된 과거사에 대해선 강력한 지킴이가 워싱턴에 없다. 아베 신조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독일 총리가 히틀러 유해가 안치된 성당을 참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미 국무부는실망했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간다. 물론 미국에도 태평양전쟁 참전 용사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과거사 수정 시도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하지만 유대계에 비해 영향력이 약하다. 전후 질서는 미국 주도로 수립됐다. 전후 질서를 뒤집는 일본의작업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돕기까지 하는 것은 동북아의 팍스아메리카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가장 큰 고통을 당한 한국에는 재앙이다. 미국 내 양심세력과 손잡고 일본의 과거사 뒤집기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한·일 간의 문제만을 거론하면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끌어내기 힘들다. 신사 참배나 태평양전쟁 책임 회피 같은 일이 중요하다. 미국과 직결된 과거사 현안들을 일본이 뒤집으려 하는 현실을 집중 부각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국익을 정면 침해하는 것임을 일깨워야 한다. 일본의 망동에 직접 제동을 걸도록 이끌어야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의 잔혹사를 스스로 정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일본도 독일처럼 피해를 준 국가에게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 잔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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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20 [14:57]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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