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공천을 보니 다음 국회를 알겠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3/26 [12:30]

[발언대] 공천을 보니 다음 국회를 알겠다

통일신문 | 입력 : 2020/03/26 [12:30]

<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국민의 신뢰를 얻었을 때만 정당의 공천 후보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꼭 그렇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각 정당마다 사정이 다르고 기준이 있기에 그 원칙에만 충실해도 공천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에서 내세운 공천 기준은 민주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범적인 인물을 선택하려는 충정이 보인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범죄나 비행을 저질렀던 사람은 가차 없이 걸러낸다. 도덕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행동거조를 보였거나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허위사실을 신고한 사람도 당연히 제척대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모두 들여다보고 빼내는 작업이 공천 심사의 원칙이다. 

공천은 더하기보다 빼기가 기본이다. 이번 4.15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도 이런 기준을 사전에 모두 인지하고 공천신청에 나섰을 것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여야 제1당들은 말할 나위없지만 기타 군소정당들도 공천 신청자는 넘쳐났다.

2~3백만 원의 심사료를 부담하면서도 후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기꺼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당마다 약간 다르겠지만 우선 서류심사를 진행하고 면접을 본다. 지역구는 전략공천으로 즉시 후보자로 확정되는 행운아도 있지만 경선으로 결정되면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대부분 모바일 투표로 경선이 진행되기 때문에 거창한 투표절차 없이 쉽게 승부를 알 수 있다. 비례대표는 면접까지 요식행위를 거친 다음 심사위의 선택을 받는다. 주요정당의 후보자들이 대부분 결정되어 신문에 커다랗게 이름이 올라온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의 습격으로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그러다보니 선거의 주인인 선거권자의 정보가 어두워졌다. 내 지역에서 누가 출마하는 것인지 구별할 방법을 찾을 길 없다. 현역은 당연히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상당수의 불출마선언과 공천 탈락으로 인터넷이나 찾아보면 몰라도 그러기 전에는 신문에서조차 알아보기 힘들다. 

여당은 그나마 현역 탈락률이 12%대라고 하는데 제일야당은 20%대를 훨씬 뛰어넘는 물갈이가 실현되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여당의 현역 탈락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다. 4.15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악재가 겹친 선거다. 진권3년차의 고비에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핵폐기 등 야심찬 평화정책이 북미회담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이미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게다가 조국사태가 빚어낸 국론분열의 한복판에서 야당의 탄핵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총선승리가 첫째인데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고 4+1로 군소정당을 꼬드겨 연동형 선거제도를 만들었으나 야당의 비례 위성정당 때문에 자칫 죽 쒀 X주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염치불고하고 그렇게 욕하던 위성정당 제작에 스스로 나섰다.

연동형제가 현실화되었을 때 잘하면 국회의원 1석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헛된 욕심을 가진 수많은 정치꾼들이 너도나도 정당조립에 나서 무려 1백여 개의 창준위가 신고 되었다. 그 중의 절반정도가 실제로 창당이 되었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당이라면 그래도 이름부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안 될 터인데 막상 내놓은 정당명을 살펴보면 도대체 이들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너무나 한심하다. 대부분 비례용이다. 유효투표수의 3%이상을 득표하면 1석이 보장되니까 노려보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60~70만 표 받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정당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당과 통합당이겠지만 그들이 만든 허수아비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이 자칫 승리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한 주요정당들이 내세운 공천자들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소신과 신념을 바쳐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능력과 자격을 갖췄느냐 하는데 있다. 코로나 여파로 신문에서도 제대로 파헤칠 겨를이 없어 정보부족으로 그들 후보에게는 행운의 시간이 되었지만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공천후보자의 자질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더 저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재’라고 영입되었어도 국가를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만한 용기가 없는 자기만의 재주꾼이라면 국민의 대변자가 될 자격이 없다. 성공적인 학력과 경력만으로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단호한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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