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번지는 한류열풍]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3/05/06 [17:11]

[북한에 번지는 한류열풍]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통일신문 | 입력 : 2013/05/06 [17:11]

박문일 객원기자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북한에서 먹고 살기가 곤란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TV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남한에서의 삶을 동경해서 탈북했다”는 탈북 동기가 많다.

북한의 모든 언론매체는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면서 김정은을 비롯한 김 씨 일가를 찬양하고 북한 체제의 우월성만을 선전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북한 정권은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철권통치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행군’기에 들어서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의 영상물이 널리 퍼지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북한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는 남한의 라디오나 오디오 노래를 듣거나 불렀다고 정치범으로 몰려 숙청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가는 주민의식은 북한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북 변화의 촉진제로 기능하고 있어

 

2000년에 들어와 10월 9일 김정일의 지시로 당, 법 기관을 망라한 ‘109 연합 검열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문화를 막는데 초점을 두고 현재까지 단속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간간히 알려져 왔지만 대량 탈북의 근거가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남한의 TV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지상파를 그대로 받아볼 수 없다. NTS 방식의 한국 지상파와 PAL 방식의 북한 시스템은 변환을 이루어야 교감할 수 있다. 즉 PAL 방식으로 변환된 대한민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북한의 함흥과 신의주 이남지역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검열조에 단속된 주민들은 대부분 돈과 뇌물로 풀려나지만 일부분은 노동단련대 처벌에 행해지기도 한다.

단속에서 회수된 DVD는 단속자들의 소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단속을 통해 회수된 영화나 드라마를 서로 돌려가며 시청하고 일부는 시장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고현정의 ‘히트’, 이병헌의 ‘올인’, 소지섭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드라마는 북한에서 인기작으로 평가되었고, 폐쇄 사회 속에서 사는 북한주민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인지되었다.

이는 북한의 한류가 단순히 하나의 문화적 관심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폐쇄적인 북한 사회 변화의 촉진제로 기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국가일수록 새로운 정보의 확산이 정치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류의 유입과 확산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물론,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한국의 영상매체는 1990년대 중엽에 식량난으로 북한 당국의 지역 간 이동 통제가 느슨해진 상황에서 처음으로 확산됐다. 지금은 국경지역뿐 아니라 북한의 내륙 지역에도 한국의 영상매체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전문적인 유통조직에는 간부나 간부의 배우자가 특권을 이용해 상인들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 열악한 전기사정은 주민들을 더 한 계단 발달하게 했다.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해 직류(12V)로 결합한 전자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식료공장이나 중소기업, 외화벌이기관에서는 자체로 경유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주민들이 배터리 충전을 유료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 충전한 배터리는 15~20일간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한류에 대한 북한 주민의 관심이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단속과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영상물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 노동 단련형이나 징역형 심하게는 사형까지 처한다. 2009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USB를 이용해 불법 복제된 ‘해운대’를 보다가 적발되어 퇴학당한 사건이 있었다.

 

‘해운대’보다 적발되어 퇴학당하기도

 

올해에는 남포시의 한 주민이 DVD 타이틀을 2,000개 넘게 복제한 이유로 공개 총살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남한 상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그 결과 불법 라디오가 대거 몰수되고 한해 수십만 개의 DVD가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이 ‘남조선풍’, 이른바 비사회주의 현상을 엄중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관련 기관에서는 남한 드라마나 영화 시청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실시했으며, 고위 간부 숙청을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의 공개 처형 건수가 그 전 해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북한의 한류 열풍이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다른 요인과 상호 결합할 경우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도 갖지 못한 채 억압과 통제 속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에게 드라마 속의 한국은 동경과 희망의 신천지다.

한국 드라마가 탈북을 유인하는 작용을 했듯이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은 북한의 체제 변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외부 정보의 북한 내 유입과 확산은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주민들은 남한 상품을 통한 외부정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원할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정권의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지만 이러한 갈등으로 북한은 부분적으로나마 새로운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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