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냉동생선 납품 일이 괜찮습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2/04/09 [15:44]

[삶의 여정] 냉동생선 납품 일이 괜찮습니다

통일신문 | 입력 : 2012/04/09 [15:44]
이창식 男 2002년 탈북
저는 지금 전남 광주에서 건강하고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하나원에서 제가 살고 싶은 곳이 인천이라고 희망했는데 광주로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사도 한번 안가고 12평의 임대주택에서 아내와 두 식구 9년 째 잘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광주 5.18항쟁을 영화한 ‘광주는 부른다’를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광주가 마음에 듭니다. 공기와 물은 북한이 훨씬 좋지만 남한에 온 것을 내 인생의 최고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광주에는 400여명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올 당시에는 16명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이곳을 좋아합니다. 공업도시로 조용하고 무등산이 가까이 있어 고향처럼 정이 갑니다. 광주에는 탈북자를 돕는 단체가 많이 있습니다. 하나센터, 복지관 등이 있어 남한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에 탈북자들은 정부에서 정착금을 넉넉하게 주어 직업을 찾아 일을 하여 잘 살려고 하기 보다 있는 돈으로 좋은 차를 구입하는 등 절제하지 않아 얼마 못가 빈털터리가 되어 고생했지만 지금은 정착에 꼭 필요한 만큼만 주니 모두 취업에 열심입니다. 개중에는 여전히 일하기보다는 편하게 살려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차를 몇 번씩 바꾸면서 자유로운 세상에서 놀아보자 면서 물질의 풍요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같은 탈북자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현재 절반은 올바른 마음으로 잘 살기 위해 정착속도가 빨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2년 남한에 들어 왔습니다. 북한에서 군 장교생활을 했습니다. 현재 1950년 생으로 60대지만 체력이 좋아 50대로 봅니다. 일도 그만큼 열심히 하고 주위에서 잘 한다고 합니다. 저는 수산업인 냉동생선을 학교, 병원에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130만원이지만 만족합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도 가깝고, 또 납품직업이 괜찮습니다. 이 직업을 선택 한지 3년이 됐습니다. 처음 남한에 와서는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러나 군인으로 단련돼서인지 잘 맞지 않더군요. 회사를 나와 노가다, 자영업 등 다섯 번을 옮겨 다니다 현재의 납품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이직이 잦다고 합니다. 대게의 북쪽사람들이 자존심이 강하고 감정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위축되어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사람들의 인식은 우리 탈북자들에 의해 각인된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받아 들여 지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하기 싫은 북한 사람으로 매도당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맨 손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당연히 겸손하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북한에서의 생활방식과 인간의 그릇된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진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저는 현재의 일이 좋습니다. 남한에도 6,25를 겪은 세대들 중에서 탈북자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대해 주는 이웃들이 더 많습니다. 남한에 아들과 딸, 아내 등 가족이 모두 와 있습니다. 아들, 딸은 결혼하여 서울에 손자 와 손녀도 있습니다. 전처는 중국에서 결혼한 남편과 서울에 있는 딸과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 제가 먼저 서울에 와서 3년 동안 혼자 살다가 딸의 성화에 조선족 여인과 결혼을 했습니다. 저와 같이 피치 못할 결혼생활을 하며 삶의 여정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남한에서의 10년 생활, 처음 상점을 슈퍼라고 하는 등 일상생활에 영어를 많이 써서 의사 소통이 안 되는 어려움이야 있었지만 그건 일도 아닙니다. 차를 처음 엘란트라를 타다 두 번째 옵티마로 바꿨습니다. 이 정도라면 북한에서 군수도 타지 못하는 고급차입니다. 이런 차를 타고 다니고 있으니 정말 만족합니다.

아직도 3~4년은 더 일 할 수 있고 부지런히 노후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의 문자메시지를 잘 못하지만 자식들에게 돈 달라는 부담이 없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고향사람들에게 부탁합니다. 우리는 진정한 통일의 역군이 될 것이라는 사명감을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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