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정]건설회사에서 측량 일 하고 있습니다

김 형 남 男 2006년 탈북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2/01/16 [11:53]

[내 삶의 여정]건설회사에서 측량 일 하고 있습니다

김 형 남 男 2006년 탈북

통일신문 | 입력 : 2012/01/16 [11:53]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방송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괜히 어색해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니 마음 한 쪽이 좀 그랬습니다. 그렇게 오래 건강하게 살겠다고 만수무강연구소를 만들어 좋은 술에 음식, 몸에 유익하다는 보약은 모두 해먹었는데도 풀만 먹은 굶주린 사람보다도 더 빨리 죽었습니다. 1500만 주민들의 삶을 쥐고 흔드는 김정일은 내가 죽고 난 후에도 한 100년은 더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살아생전 그의 죽음을 보다니......

저는 2006년 11월에 남한으로 입국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찾아온 이곳에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습니다. 그렇게 지나오다 비로소 제가 할 일을 찾아 지금은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가족들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건설회사에서 측량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북한에서 배운 것입니다. 그러나 주무는 안 되고 보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90만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을 혼자 하고 있어서인지 저축은 잘 못합니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조금 보내고 나면 내가 쓸 돈은 별로 남지 않습니다. 돈을 보내기 위해서 쓰는 비용이 가족들에게 가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저는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생 후반에 가족과 갑작이 생이별한 저는 지금 최악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잘 먹고 평안하게 살고 있다는 것보다 굶주리고 있는 가족들이 제 마음과 몸을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김정일이 죽고 없다는 것에 통일의 희망을 걸어 봅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큰 승냥이가 죽으면 또 작은 승냥이가 나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버틴다고 김정일이 없어도 북한의 권력자들이 자기가 살기 위해 더 북한주민들을 억압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평양주민들만 살아 있어도 조선은 살아 있다고 호언장담할 그들입니다. 그러나 남한의 북한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예견하듯이 제 생각도 같습니다. 김정은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2년 김정일이 개혁·개방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경제가 너무 어려웠고 주민들의 고통이 심했기 때문에 김정일도 생각이 변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다시 주민들을 압박하며 2~3년은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김정은이 탈북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갑니다. 애도기간에 북한주민들은 조심에 조심을 합니다. 술도 먹지 않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꺼립니다. 말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병원에서는 퇴원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도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정말 어버이가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진심으로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듯 울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김정일에 충성하고 어버이처럼 그렇게 착각하고 우는 북한주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속으로 잘 죽었다면서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발 동동 구르며 장례행렬을 지키는 많은 주민들은 김정일이 죽어서까지 고생시킨다고 불평 할 것입니다.

이들을 위해 남한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계속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의 이 같은 정책이 북한을 개혁·개방 시키는데 절대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통일정책이 올바르다면 북한에서도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목적 없이 주민들에게 30여 년간 고통을 안겨준 김정일에 대한 심판은 우리 후손들이 할 것입니다. 저는 가족들과 살 수 있는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김정일 독재정권이 낙후시킨 북한의 경제를 일으키는데 한 몫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것이 올해의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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