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정]시골에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1/12/19 [11:30]

[내 삶의 여정]시골에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통일신문 | 입력 : 2011/12/19 [11:30]

박광철(남 2008년 탈북)

전남 목포에서 살다 지금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했습니다. 내년부터 고사리농사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귀농하여 성공한 선배가 있어 저에게 그 길을 인도하여 주었습니다. 남한에 들어 온지 3년,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중에서 잘한 것은 아내를 얻은 것이고 자식이 2명 늘었습니다.

북한에서 생활이 너무 어려워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굶어 죽느니 먹을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하다 죽으면 그게 더 낳을 것 같아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사선을 넘어 2008년 남한으로 들어와 자유를 찾았습니다.

북한보다는 살기가 훨씬 나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한에서는 배우지 않으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가 없더군요. 북한에서도 많이 배우지 못하고 온 저희들에게 이런 남한의 생활은 늘 긴장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의 소망은 자식들을 잘 키우는 것입니다. 지금 46세인 저에게 일을 맡겨줄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작업은 목재소 일이었습니다. 한 달 120만원 받기로 하고, 잘 하면 10만원을 올려 130만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목재소에 나가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남한 사람은 사장 눈치 보며 시간 때울 궁리를 했지만 저는 1분1초도 쉬지 않을 정도로 일만 했습니다.

사장은 남한의 근로자 2명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10만원의 월급인상이 아닌 5만원을 올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길로 목재소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사장은 저를 찾아 와서 다시 나와서 일하라고 했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농촌에 들어가서 가축을 키우기로 하고 국가에서 준 17평 아파트를 반납하여 그 자금으로 소를 키우는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가서 3개월이 되도록 가축을 함께 기르기로 한 동업자에게서 소식이 없습니다. 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여자는 북한 사람이었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남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잃어버린 돈은 없지만 집을 반납하고 3개월 동안 아무 벌이도 없이 돈을 까먹은 상태입니다. 우리 4식구 시골에 투자하여 열심히 일해 더 큰집에서 살자고 아내와 약속을 했는데 뜻 데로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 생활비는 130만원 정도 듭니다. 설상가상으로 큰딸애가 눈을 다쳐 각막장애가 왔습니다. 부모로서 정말 애가 탑니다. 그러나 북한을 떠나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보다는 남한에서 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막막함 속에서 아내와 의논을 했습니다. 어차피 시골에서 가축을 키우려 했으니 농촌에서 터전을 잡아보자는 것이었지요. 저는 아카데미에서 귀농에 대한 공부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먼저 귀농한 김승천 씨를 찾아가 그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분은 흔쾌히 승낙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김 선생을 찾아온 사람은 저 말고도 몇 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분도 탈북자였고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남한에서 잘 정착하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도우려고 하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분은 만평의 땅에 고사리를 심었습니다. 바라보니 대단했습니다. 용기가 났습니다. 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북한에서 10년 동안 농사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로소 제 목표를 찾았습니다.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금도 많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시골에서는 사기당할 일은 없겠지요. 그리고 땅은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을 해줄 테니까요.

시골에는 빈집이 많이 있더군요. 우선은 빈집을 손질해서 거처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비록 낡았지만 서울집보다는 넓고 시골이라 위험하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 할 것 같군요. 한 3년 고생할 각오를 하고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여 번듯한 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저와 아내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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