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정]영업은 구걸이 아닙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1/11/28 [17:05]

[내 삶의 여정]영업은 구걸이 아닙니다

통일신문 | 입력 : 2011/11/28 [17:05]

김성식(남 2000년 탈북)

얼마 전 디스크 수술을 하였습니다. 주치의와 간호사들이 성의껏 돌봐주셔서 지금은 완쾌되어 거뜬합니다. 치료비는 550만원 나왔는데 본인부담은 185만원이 들었습니다. 3년 전부터 일을 하다 허리를 삐끗한 것이 나을 줄 알았는데 기어이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2000년 남한에 들어왔습니다. 남한에 와서 일한 곳이 이삿짐센터였습니다. 남한에서 중국으로 이사 가는 화물대행이었습니다. 장롱, 에어컨, 냉장고 등 큰 짐을 나르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허리가 아픈 후부터는 이탈주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남한에 처음 들어와서 겪는 정착과정에 대하여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밤 12시에 전화가 와도 성실하게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윤은 없지만 같은 탈북자 선배로서 궁금해 하는 것과 법률에 대하여 상담을 해주고 답답해 하던 것이 풀리면 정말 고마워합니다.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서울과 지방에서 생활의 장단점입니다. 그리고 취업문제입니다. 취업문제에서 구인광고를 보고 월급을 많이 준다는 데 어떠냐고 물어옵니다. 이곳에서 10여 년을 살다보니 대충 얘기만 들어도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신경을 쓰고 말리는 곳이 다단계판매입니다. 선불을 주고 이익이 많다고 하면 그곳은 갈만한 곳이 못됩니다.

저는 남한에 와서 대학원 4년을 다녔습니다. 법률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남한의 생활에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생활법률에 대해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상식선에서 살면 해결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이 사회에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사실을 알려주려 합니다. 제 상담으로 인해 후배들이 남한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할 일은 성공한 것입니다.

법률 문제 중에서 많은 것은 다툼으로 인한 폭력입니다. 대게는 술을 마시다 사소한 시비로 말싸움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어렵게 살던 얘기를 싫어하는데 계속해서 하면 조롱한다고 고성이 오갑니다. 또 북한에서 살기 어렵지 않았는데 자식 교육시키려 남한으로 왔다고 하면 북한생활이 어려워 온 것 다 아는데 자유인처럼 자랑하느냐면서 말씨름을 하다 자존심이 상해 주먹이 앞서고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또는 이곳의 사람들과 문제를 일으켜 경찰에 신고하면 법적으로 합의유도를 해야 하고 이때 탈북자들은 남한의 법체계를 잘 몰라 감정적으로 나가다 치료비 외에 감옥까지 가기도 합니다. 탈북자끼리라면 피해보상을 해 주고 법원까지 가지 않게 하려고 본인들의 합의를 유도합니다.

이들은 대게 제 말에 잘 따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 한둘이 문제가 되면 탈북자 전체가 그런 것처럼 남한사회에 오해가 난무합니다. 저는 그런 일들이 또한 남한정착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곡한 마음으로 나서면 화해가 되곤 합니다.

임금을 못 받은 경우도 많이 상담을 합니다. 차나 집 등 재산이 있는 기업주에게서는 임금 전액을 근로감독관을 통하면 받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늘어나고 있는 문제는 중국에 자식과 남편을 두고 온 사람들로 남한에서 같이 살고 싶어 합니다. 일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조금 받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이곳에서 10년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것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먼저 마음을 열어 경계심을 풀고 남을 비판하지 마십시오. 이곳에서는 병도 자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하듯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을 차단하게 되고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영업을 두려워하고 구걸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이 마음가짐을 우선 바꿔야 합니다.

말도 큰 소리로 하고 북한 사투리면 어떻습니까. 말을 조금 실수하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됩니다. 자신감을 갖으십시오. 먼저 양보하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5년 정도 지나면 기본 소양은 갖춰져 있습니다. 욕심을 내지 마십시오. 즐겁게 살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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