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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권력을 내려놓으려니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10/17 [11:39]

<박신호 방송작가>

요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걸 보자 하니 꼴사납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치졸해 보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프리랜서 작가들은 한평생 끼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살아와선지 권력 다툼을 보면 역겨울 때가 많다.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별로 하는 일 없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는 것 같은데 왜 권력 싸움에 허구한 날 헉헉거리나 싶어 한편으로는 측은하고 딱하게 보이기도 한다.

일찍이 한 철학가가 갈파했다. “정치가란 눈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도 보지 못했다고 할 사람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판을 내다보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어쩜 그렇게 적절하게 꼭 집어 말했나 싶다. 근래 정치판을 보자면 국민의 욕을 먹어도 싸고 멸시 당할만하다.

오늘도 온종일 판치는 정치싸움 얘기에 진저리나 텔레비전 끄고 신문 덮어버리고 있자면 머리가 멍해진다. 투전판 같은 살벌한 정치판 얘기에 머리가 어찌 된 것 같아 진정하고 보다만 책을 집어 든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책에 눈길을 준다. 잘 안 보인다.

눈을 비비고 봐도 글자가 얼보인다. 돋보기안경을 꼈는데도 글자가 정치판처럼 혼미하다. 할 수 없이 다시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잡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점령하고 우주 전쟁을 벌인다. 지워지지 않는 정치판 잔영이 괴롭힌다.

나도 모르게 텔레비전 시사프로 채널에 손길이 간다. 어느 사이 정치판에 중독이 된 건지 오염된 건지 모르겠다. 그뿐 아니다. 어느덧 한편에 끼어들어 역성을 들고 있다. 속되고 속된 인간이 되고 만 것이다. 싫은 인간이 된 것이다.

늙으면 잠이 쉬 들지 않아 고생한다. 밤새도록 뒤척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간다. 잡념도 깊어진다. 그러다가 질겁하며 자신을 추슬러 보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한다. 언제 한번 기세등등한 적 없기는 하지만 자신이 점점 초라해져 가고 있는 걸 느껴진다. 되돌아볼수록 부끄러워진다. 아니라고 발버둥 처야 꼴만 더 사나울 뿐이다.

전엔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자부했다. 말 한마디 안 해도 식구들이 미리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젠 내가 대놓고 싫은 내색을 보여도, 쓴 소리를 내도 별로 반응이 없다. 힘 빠진 가장이 된 것이다. 권위가 사그라진 거다.

권위주의는 강제적인 것이지만 권위는 그에 대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승인으로 성립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한 권위는 지식과 통찰력, 포용과 조정능력 등에 대한 신뢰와 승인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 권위주의는 지위에 따른 권력을 앞세움으로써 억압적인 방식으로 억지 통합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지금 잃은 건가? 권위주의에 빠진 것인가?

가장의 권위도 나이에 따라가나 싶어지는 때가 점점 더 많아진다. 육체가 쇠약해가면서 이렇게 결정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나 싶어 서러울 때가 자주 생긴다. 그러다가, 문득 “자식이 어리면 아버지 말에 따르고 자식이 크면 아버지가 자식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하신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서운하고 섭섭한 생각일랑 뒤로 밀어버리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본다. 외톨이가 된 자신을 생각을 해 본다. 모든 걸 내려놓고 생각해 본다. 나란 존재가 뭔가. 아직도 내가 권위를 기대할 위상인가. 권위주의를 권위로 생각해 온 건 아닌지. 부정과 긍정의 갈림길을 오가며 성찰해 봤다.

겨우겨우 얻은 해답은 ‘전부 내려놔라!’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다시 나에게 돌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지려고만 했지 내려놓을 줄 몰랐다. 요즘 정치꾼과 뭐가 달랐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섬뜩하다. 내려놓는다는 게 그리도 어려운가? 내려놓지 않아 이제까지 마음고생 한 게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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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1:39]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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