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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군탐지기를 장착한 중국 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해”
[르포 ‘2019 단둥’] 단둥훼리에서 본 북한 목선의 ‘어로전투’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10/17 [11:20]

인천항에서 중국 단동항을 오가는 단동훼리(동방명주)를 타면 북한 어선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단둥에 도착하기 전 평안북도 신도군 일대에서 해가 뜰 때부터 일찍 조업에 나선 북한 어선들을 볼 수 있다. 인천으로 올 때는 오후 늦게 압록강 하구 일대에서 고기를 잡는 북한 어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북한 배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어선을 카메라로 당겨보면 대부분 중국 어선이고, 그들은 마치 철판을 두른 듯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에 반해 북한 배들은 일단 규모가 작고 목선이어서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일 정도다.

그동안 단둥을 오가면서 본 북한 어선의 특징은 배 위에 빨래가 널려 있으면 무조건이고, 모선에 줄이 이어져 작은 배들이 뒤따르거나, 여자가 배 위에 몇 명씩 있으면 북한 배로 인식됐다. 떠오르는 해를 배경 삼아 그물을 친 어선(왼쪽)과 조업을 위해 더 멀리 가고 있는 어선.

지난 1일 단동훼리를 타고 본 북한 어선들은 소위 전마선(傳馬船)으로 ‘큰 배와 육지 또는 배와 배 사이를 다니며 연락을 하거나 짐을 나르는 작은 배’ 수준 그대로였다. 북한말로 또르레기(목선)라고 부르는데 길이 9~12m, 폭 3m 정도다. 여기에 경운기 수준의 중국산 엔진 4마력 또는 8마력짜리를 얹어 다닌다.

커다란 기계배에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중국 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걸 북한에서는 ‘뱃사공은 사잣밥을 지고 바다에 나간다’고 할 정도다.

 

어선들이 목표 완수를 위해 ‘어로전투’를

벌이는데 근해는 씨가 말라 더 멀리 나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태풍이나 풍랑에

그대로 노출돼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북한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가는 것은 순전히 돈벌이 때문이다. 소형 어선들은 겉으론 수산사업소 소속이지만 개인 배들도 상당수다. 보통 목선 한 척 값은 한화 200만원 수준으로 빚을 지고 구입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탈북민들의 말에 따르면 개인 배인 경우 풍어를 올렸을 때 기준으로 연간 선주 900만원, 선원 200만원의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고기를 잡지 못하면 빚도 못 갚고 그야말로 풍비박산 나기 때문에 분초를 아껴가며 조업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 어선들이 당에서 부여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어로전투’를 벌이는데 근해는 씨가 말라 더 멀리 나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태풍이나 풍랑에 그대로 노출돼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북한 어선들의 또 다른 특징은 군인들도 조업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으며 군부대도 바다에서 조업을 할 것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소나 돼지 등 축산 같은 경우 돈이 들지만 어업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그냥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보고 군인들을 바다로 내몰았다.

겨울철 동해안이나 일본으로 떠밀려온 북한목선은 대부분 이런 어선들이다. 매년 50~100여개의 목선이 떠밀려오고 시신도 많지만 북한당국은 아직까지 단 한 구의 시신도 돌려받은 적이 없다. 그야말로 물고기 밥이 되거나 잘되면 일본 사찰에 안치될 뿐이다.

요즘 단둥항에 도착하기 전 신도군 일대는 안개 때문에 어선의 모습을 또렷이 보기 힘들다. 줌 카메라로 당겨도 안개 때문에 식별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해가 뜨고 좀 있으면 사위가 밝아져 단둥항 도착 때까지 북한어선을 볼 수 있다.

단둥항을 출발해 인천으로 올 때는 압록강 하구인 비단섬 일대에서 조개를 잡는 북한 군인과 수많은 어선들을 만나게 된다.

군인들도 조개 캐기에 동원됐다. 최근엔 백합을 잡는지 끄레를 이용해 조개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수출용 수산물 획득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 듯하다. 군인들은 백합이 제1순위이지만 낙지나 굴 등이 눈에 띄면 입에 넣는 모습도 보였다.

배 위에서 조개 잡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 군인이 녹슨 깡통을 모래에 씻는 게 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닦던 군인은 그걸 뭐에 쓰려는 지 가지고 갔다. 해가 지는데도 자리를 뜰 줄 모르는 그들은 아마도 그날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는 떠나도 그들은 물 빠진 갯벌을 온통 헤집고 다녔다.

한편으로는 무슨 물건을 실었는지 모르게 갑판을 포장으로 싸맨 배도 보였고, 북한 군함과 무역선 외에도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밀수선 등도 눈에 띄었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보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처연해짐은 나만 그런 건 아닌 듯싶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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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1:20]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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