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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칼럼] 남과 북의 희한한 8월 15일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8/14 [16:33]

<림일 탈북작가>

내가 살았던 북한에서는 8월 15일을 ‘조국해방기념일’로 부른다. 2010년 일제에게 조선을 빼앗긴 것은 을사조약에 찬성해 서명한 매국노 이완용 등 을사오적들 때문이며 아울러 민족의 걸출한 영도자가 없었던 것도 기본적인 문제라고 한다.

2천만 겨레가 갈망한 영수는 민족이 낳은 희세의 영웅, 김일성이며 그가 광복의 큰 뜻을 품고 만주(현재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20년의 투쟁으로 항일대전을 승리에로 이끌어 조국해방의 위업을 실현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일성(본명 김성주)은 1912년 4월 평양에서 태어나 14살에 중국으로 건너가 길림중학교를 거쳐 1932년 4월 반일유격대를 조직, 1936년에 중국공산당의 반일유격부대와 연합하여 동북항일연군으로 개편, 제1로 2군의 군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일본토벌군의 추격을 피해 소련(현 러시아) 연해주 지방으로 이동하였으며 1945년 8월 소련군인들과 함께 함선을 타고 원산에 상륙했다. 이후 3년 뒤 1948년 9월 9일, 평양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현 북한정권을 수립했다.

북한에서는 ‘해방일’(8월 15일)보다 ‘공화국창건일’(9월 9일)이 더 큰 명절이다. 당일 휴일인 ‘해방일’과 달리 경축보고대회 등이 있는 ‘공화국창건일’은 이틀 휴식에 당국에서 인민들에게 공급하는 명절상품(식료품, 의류, 생활용품 등)도 있다.

23년 전 쿠웨이트를 거쳐 서울에 와서 첫 광복절을 맞으며 다소 놀랐다. 남한에서는 8월 15일이 광복절(1945년)인 동시에 정권수립기념일(1948년)이었다. 한동안 벙벙했다. 독립기념일과 국경절이 동일한 날짜인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해마다 8월 15일이면 이런 생각이 든다. 1948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왜 하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하고 많은 날 중에 꼭 광복절에 했을까? 아무리 그 때가 적절했다고 해도 하루 이틀 정도 차이를 두고 지정할 수도 있었겠는데 말이다.

혹시 후손들이 과거 일제에게 당했던 식민지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자고? 아니면 놀기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니 두 기념일을 하루에 경축하고 대신 열심히 일해서 하루빨리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고? 혼자 생각이다.

사실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합의에 어부지리로 이뤄진 것이다. 당연히 식민지 역사는 잊지 말아야겠지만 광복이 70년 넘도록 온 민족이 경탄하고 기념할 만한 감동적인 축제일까 하는 의문도 분명 든다.

엄밀히 말해 ‘광복’보다 더 멋진 날은 ‘정권수립기념일’이다. 1948년의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역사가 시작된 날이다. 건국 2년 만에 터진 3년간의 악몽 같은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가 보란 듯이 화려하게 재건된 대한민국이다.

OECD 회원국으로써 세계 1위 반도체생산국,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UN사무총장과 여성대통령을 탄생시켰고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탄핵시키는 역동적인 정치민주주의 자유국가이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축제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중국과 러시아보다 먼저 개최했고 연평균 800만의 외국인이 관광을 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바뀐 대한민국이 자기의 탄생일을 소홀히 함은 다소 씁쓸하다.

식민지 상처인 광복절 기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세우고 지키고 빛내어온 이 나라는 세계만방에 소리높이 자랑할 만도 하다. 해와 달이 다하도록 영원할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자기의 탄생일을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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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4 [16:33]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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