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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시지프스 바위'와 남북한관계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9/05/23 [14:59]

<전경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금년 초 남북한관계가 그럭저럭 유지되기보다 점진적이나마 실질적으로 진전할 거라던 개인적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보인 북한의 불만에 찬 대미 및 대남 부적절한 언사와 이번 달 초순 이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 예상을 뭉개서 연말이후에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한관계가 경색 속에 악화될 조짐을 우려하게 한다.

 

'외세'개입 거부하려는 견해 삼가야

 

사실 남북한은 분단 74년, 남북대화 47년, 그리고 북핵문제 30년 동안 수많은 회담과 합의와 교류를 했음에도 짧은 협력과 긴 갈등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합의 방향으로 작은 걸음이라도 일단 내딛으면 곧이어 뒷걸음질 하는 남북한관계의 양상이 그리스 신화 속의 반신반인 시지프스가 등에 메고 산에 오르다가 굴러 뜰이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바위에 흡사하다.

다행스런 것은 시지프스에겐 당도할 목적지가 주어지지 않았고 주위에 도와줄 신이나 사람이 없지만, 남북한관계에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 주변에는 지원과 협조를 제공할 의사와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 있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시지프스는 한량없는 시간 속에 동일한 역경을 감내해야 하지만, 남북한관계는 시간 경과에 따라 예상외의 변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 지정학적 역학에 따라 그 변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한관계의 본질을 현실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여 그에 부합하는 정책과 접근을 실행하는 것이 긴요하다.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남북한관계는 남한요소, 북한요소, 그리고 국제요소에 대한 종속변수가 되고 있다. 남북한관계를 퇴행시키고 있는 북한 측 요소는 세습적 사회주의 수령체제와 핵보유이며, 남한 측 요소는 대북인식에 대한 남남갈등과 대북정책의 비일관성이다. 그리고 국제요소는 미국주도의 세계질서, NPT체제와 유엔의 대북제재, 미중 견제와 패권경쟁 및 주변국의 자국 이익주의 등이다. 이 국제요소가 남한요소나 북한요소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이 귀납적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통일 상태, 즉 자유민주주의의 한반도 차원 확장을 위해 새로운 남북한관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한관계를 민족자결이나 민족자주의 시각에서만 강조하며 소위 '외세'개입을 거부하려는 견해를 삼가야 한다. 이 견해는 남한과 북한이 만사 제치고 당장 합의하면 통일이 가능할 것처럼 아주 단순하거나 아니면 고도로 전략적이다. 이들은 남북한이 포함된 국제정치가 국력차이에 따른 힘의 논리로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남한과 북한이 74년 동안 각자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이질성이 민족개념을 사실상 달리 규정해 운용해오는 점을 도외시한 채 ‘동일민족’ 논리만 강조한다.

 

상호주의로 교류협력 기해야 할 것

 

정부나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부단히 일어나는 21세기의 열린 국제사회에서 민족은 국민과 별개의 개념이며 국민주의 시대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족은 20세기 이전 자원쟁탈에 나선 열강에 반발하던 약소국이 주장했고 지금은 폐쇄형 비 국가 단위에서나 정서적으로나 인용된다.

미국이나 중국은 다민족이 단일국가를 이루고 있고, 삼천만 명의 쿠르드족은 국가를 형성하지 못해 중동의 산악지대에서 헤매며 배척받고 있다. 잉카족은 잉카제국의 멸망과 함께 멸종해 버렸다. 유대민족은 박해를 극복하고자 시오니즘을 실현해 1949년에 국가를 건설하였다.

민족을 보호하고 번영시킬 최대의 공간과 수단이 바로 국가이며 국민이 민족을 대체한 것이다. 막연한 연역적 논리로 국제관계에서 민족 시각을 국가의 절대적 필요성에 앞세우면 합리적 남북한관계를 진전시키기 어렵게 되며 오히려 국가존속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합리적 남북한관계를 진전시키려면 서로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인식해 상호주의로 교류협력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등한 독립국가로서 유엔에 회원국으로서 동시 가입하고도 12월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한은 나라 사이가 아닌, 잠정적으로 형성한 특수 관계로 합의하는 모순을 만들었다.

1989년에 착상해 1994년에 공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또한 국가의 정체성과 존속가치를 혼란스럽게 해 남북한관계의 지향점을 흐려놓았다. 1948년 제헌헌법에 명시한 이래 1987년에 국민합의로 개정한 현행 민주화 헌법의 제4조에도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든 서로 인접한 국가와는 크고 작은 협력과 갈등의 역사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국가 간 협력을 극단적으로 증진하면 국가통합 상태에 도달할 수 있거니와 갈등을 첨예화하면 국가파탄을 낳는 전쟁을 하게 된다. 시지프스의 바위와 달리 남북한관계가 당도할 미래의 시공간을 확실하게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치의 현실적 주체로서 남한과 북한이 국가 대 국가로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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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3 [14:59]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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