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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문제·정보 독점…탈북 출신 연구자들 외면에 실망”
[인터뷰] 북한 공간·지리정보 연구하는 탈북민 박사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8/09/13 [12:33]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로 분단되어 70여 년을 보내고 있다. 해방과 동시에 공산독재정권이 수립된 북한지역에서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바로 실향민과 탈북민이다. 6·25전쟁 시기 부모님의 등에 업혀 남하한 갓난애가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평상시 이북7도민들의 여러 행사장에 가보면 눈에 띄는 것이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이 나날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원한의 분단세월을 애타게 살아 온 실향민 1세들의 뒤를 이어 그의 자손인 2·3세들이 참여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열의가 실향민 본인들만큼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냉정하게 보면 이 땅에 살아 갈 날도 길지 않은 실향민에게는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 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통일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들을 바라보면 세월의 야속함을 뼈에 사무치게 느낀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 계속 남한으로 내려오는 탈북민은 3만 3천명을 가까이 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사회 산증인 실향민과 탈북민을 통해서 남한사람들은 과연 북한을 어느 정도로 알고 있을까?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북한을 잘 모른다. 미지의 북한을 연구하고 알리는데 탈북민 만한 존재가 없을 것이다. 사단법인 ‘북한개발연구소’를 찾아 탈북민 출신의 김병욱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소개해준다면…

1963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87년 평양기계대학(지금의 평양기계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에서 30년간 살았다. 이후 청진에서 5년간, 남포에서 5년을 살았다. 지난 2002년 8월에 탈북하였고 하나원은 2003년에 수료(퇴소)했다.

2008년 북한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 2011년 동국대학교에서 ‘북한의 지역방위체계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평통 권익보좌연구원으로 1년간 일했고 2012년부터 동덕여대, 국민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탈북동기가 뭔가?

신분에 대한 한계 때문이다. 림 작가도 살아봐서 알겠지만 북한은 당 간부(정치인)가 아니면 출세가 불가능한 신분제 사회이다. 나 역시 평양기계대학을 나온 지식인이지만 출신성분이 안 좋고 친인척이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1990년대 초부터 지방에서 살았다. 평양과 지방의 생활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 아무리 봐도 미래가 없는 북한사회에서 자식들의 앞날이 더욱 걱정되어 탈북을 감행했다.

▶북한개발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 자세히 듣고 싶다.

지난 2012년 말 탈북민 출신 석·박사 13명이 모여 친목모임을 시작했다. 고향소식도 서로 주고받으며 남한 정착에서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각자 논문을 서로 도와주고 고향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그러던 중 북한의 개발전략을 연구하여 언젠가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남한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들을 위주로 다음해 탈북민 석·박사 학술동호회 모임을 만들었다. 그를 기초로 2014년 12월 북한개발연구소(NKDI)를 설립해 기획재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등록하였다. 오늘날 남한 경제발전을 주도한 한국개발연구원의 영문약자가 KDI이다. 그 이름을 모방하여 지었다.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KDI가 기여했다면 통일 후 북한 ‘대동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NKDI가 앞장설 것이다. 어느 국가든 경제개발에 앞서 반드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평양기계대학을 졸업 2002년 8월에 탈북

2008년 북한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수료

동국대학교서 ‘북한 지역방위체계연구’로

박사학위…동덕·국민대 겸임교수로 활동

 

▶다른 탈북민 단체와 차이점이 있는가?

현재 탈북민사회에 자칭, 타칭 70~80개의 단체가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외부의 후원이나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출범할 때는 요란하게 시작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1인(단체장) 단체나 이름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북한개발연구소는 탈북민 단체에서 유일하게 탈북 출신 석·박사들로 꾸며진 북한경제문제 연구소이다. 나는 연구소를 자립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회원들이 연구, 발표, 강사료 등의 일부를 기부한다.

▶단체 설립 때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던데…

3만 탈북민사회에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수 백 여명 있으나 토목, 건축, 지리 등을 전공한 사람은 전무하다. 다행히 수년전 해외유학생 출신의 모 탈북민을 알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유일하게 북한과 해외에서 토목건축을 전공했더라. 지금도 평양에 남겨진 가족 때문에 공개노출을 꺼리는 사람이다. 그에게서 적지 않은 북한의 관련지식과 정보를 제공 받았는데 정말 고마운 분이다.

 

탈북민 출신 석·박사 13명 학술동호회

고향소식과 남한정착 필요한 정보 나눠

북한 개발전략을 연구하여 통일이 되면

고향 돌아가 남한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 하기로 약속

 

2014년 북한개발연구소(NKDI)를 설립

기획재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등록해

통일 후 ‘대동강 기적’ 만드는 데 앞장

 

▶본 연구소의 사명은 무엇인가?

통일을 위해 북한의 중소도시 개발을 위한 기초 지리정보를 만들 계획이다. 북한에 185개에 달하는 시·군(구역) 단위 이상 모든 중소도시의 공간지리 정보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걸 우리 연구소에서는 ‘185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는 통일을 전후로 북한의 개발전략을 짜는데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예로 함북도 길주는 펄프(종이생산)공업이 발달한 지역인데 그와 연관된 정보를 같이 기록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토종, 원산지 표시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관련기관에 북한정보가 있다고 보는데?

평양과 지방 대도시에 한에서 일부 정보가 있다. 엄연히 말해 그것도 확실한 정보라고는 말 못한다. 현재 남한이 갖고 있는 북한의 토목·공간 정보는 대부분 일제시기에 쓰던 것들이다. 북한은 체제특성상 지리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비교적 신뢰가 가는 정보는 탈북민을 통해 수집한 국정원과 통일부에 있는데 이걸 민간단체나 개인과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 국가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탈북민 사회에 70~80여개의 단체

외부의 후원이나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

북한개발연구소는 자립적인 운영 고집

회원들 연구, 발표, 강사료 등 일부 기부

 

평양과 지방 대도시에 한에 일부 정보 있어

현재 남한이 갖고 있는 북의 토목·공간 정보

대부분 일제시기 것…북 체제특성상 지리정보

공개 못해 국정원·통일부 탈북민 통해 수집

 

▶통일부가 그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련기관에 가서 “이제는 우리 탈북민 출신 경제 전문가들이 북한연구를 하겠다”며 예산을 우리에게도 좀 달라고 하면 “10년 전의 기억을 살려 북한을 연구하겠다는 당신네들을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정말 기가 막히다.

남한 학자들이 북한의 특정 장소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은 한 번 하면 끝이다. 그러나 우리 탈북민들은 자기가 살던 고향이기에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면 어느 쪽이 더 진실성 있고 효과성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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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북한 금강산에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첫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있었다. 2015년 10월에 있었던 제20차 상봉이후 3년 만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 번에 고작 남북 양측에서 각각 100명씩(모두 400명), 그야말로 ‘로또상봉’인 지금의 방식대로 남북의 이산가족이 모두 상봉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

실향민들이 한 해 평균 3~4천 명씩 세상을 떠난다. 엄밀히 말해 10년 뒤면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없어질 수 있다. 이산가족상봉을 시대적, 정치성의 상징물로 여기지 말고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합의하여 금강산에 이산가족상봉 면회장을 만들었으면 상시적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체제의 특성상 이산가족상봉을 정치선전 및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남북이산가족상봉을 마치면 관계자들이 “장군님의 배려로 이산가족상봉을 하였으니 당에 충성의 자금을 바치자”는 내용으로 강연을 몇 차례 한다. 이는 ‘남조선 친척에게서 받은 돈을 내 놓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산가족들은 남한의 친척에게서 받은 돈과 물품들을 많던 적던 일부를 당국에 바쳐야 한다. 안 그러면 당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찍혀 알게 모르게 당국의 불이익을 받는다. 북한주민들은 늘 당국에 돈과 물품을 바치기에 그에 상응하는 헌금헌물 강요를 받는다.

▶실향민 고향 찾아주기는 정말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소개를 해 주면 좋겠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을 위해 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종합하여 지적좌표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부 고령인 실향민들은 떠나온 북녘고향을 그리워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고향을 북한의 지도주소에서 찾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된 지적좌표로 구글지도를 통해 정확한 북한고향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가까운 북한 땅을 알아보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과 탈북민들에게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만든 어떤 계기가 있었다. 2016년 봄 어느 날, 서울영락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하였다. 어떤 노인이 “나는 신의주 태생의 실향민인데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죽는 게 소원이다”며 천 조각에 자기 고향을 그린 지도를 보여주더라. 일제시기 지도인데 그의 후손이 통일이 돼서 조상의 고향을 찾는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실향민과 그 후세들에게 고향정보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불현듯 생겼다.

▶여러 행사장에서 ‘실향민 고향액자’를 봤다

그와 관련해서 국회에서 세미나를 했다. 2017년 4월 본 연구소에서 ‘제1회 북한지역 연고지 위치 찾기 연구모임’을 비롯해서 수차례 관련 행사를 하였다. 두 차례나 있은 통일박람회에서도 ‘실향민 고향 찾아주기’ 홍보를 했다.

‘실향민 고향액자’는 가로 60cm, 세로 40cm 사이즈로 실향민 본인이 살던 고장의 위성사진과 두 개의 주소가 들어 있다. 하나는 일제시기, 다른 하나는 현재 북한의 행정주소이다. 실향민의 사진과 필체 글도 들어있다.

▶요즘 다른 프로젝트도 하던데…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사장 안병훈)의 후원을 받아 ‘실향민 고향 USB칩’을 만들어주고 있다. USB칩에 실향민의 사진, 고향지도, 육성녹음,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과 생필품을 찍은 사진 등을 담아 기록해놓는 것이다. 실향민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면 납골당에 안치하는 고인의 유해단지와 함께 보관할 수 있다. 물론 유족이 원하면 복사 USB칩 혹은 원본 USB칩을 가족이 소장할 수 있다.

 

‘제1회 북한지역 연고지 찾기 연구모임’ 등

통일박람회서도 ‘실향민 고향 찾아주기’ 홍보

‘통일과 나눔’후원 받아 ‘실향민 고향 USB칩’

만들어주고 있어…USB칩에 사진, 고향 지도

육성녹음,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과 생필품들

사진도 담아…원본 USB칩 가족들이 소장해

 

▶USB칩이 그럴 듯한 발상으로 보인다.

‘실향민 고향액자’를 한 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0만원이다. 또한 부피가 있어 그걸 갖고 다니거나 소장하기도 번거로움이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에 비하면 ‘실향민 고향 USB칩’은 대단히 간편하다.

우선 비용도 1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액자 만들 금액이면 USB칩을 세 개 만들 수 있으며 액자에 들던 정보보다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담는다. 실향민 어르신들보다 그 가족이 매우 편리하고 유용하다며 좋아한다.

▶관련 기관에 하고 싶은 말은…

정부 산하에 북한의 여러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 적지 않다. 웬만한 부처에 북한연구부서들이 많다. 여기에 탈북 출신 연구자들이 없다. 정말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정부가 대북문제 연구, 정보공유 등을 독점하고 탈북 출신 연구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북한을 잘 아는데서 탈북민 만한 존재는 없다. 남한정부가 진정한 통일을 위한다면 탈북 출신 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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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12:33]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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