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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엿보기] 백두혈통 족보와 곁가지
이름·가족관계 문서화 위해 성씨만 존재/ 탈북민들 중 의외로 자신의 본관 몰라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6/01/22 [16:37]

우리 민족은 동방의 다른 민족들과 함께 오랜 옛날부터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성씨를 기준으로 이름을 지어주었다. 또 조상을 섬기면서 성씨를 지켜온 동방예의지국이다.
 
가족·지방주의 말살위해 족보 책 회수
 
민족의 가장 소중한 유물에 속하는 족보 책은 북한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족보 책은 성씨의 뿌리를 대를 이어 자손들에게 전달하여 선조들을 기리고 같은 혈통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기 위해 선조들과 가족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족보를 보려면 성씨와 본관에 대하여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성(姓)씨는 삼국시대 양반과 평민들만 사용하였고 노비와 천민들은 사용하지 못했다. 조선시대 말기인 1909년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되면서 우리 민족 모두가 성씨와 본을 의무적으로 사용 하도록 제도화했다.
현재 우리 민족의 성씨는 286개로 조사되고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우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위해 성과 본(本)관이 적힌 문건을 작성해야 한다. 북한에서 이름과 가족관계를 문서화하기 위해 성씨만 존재할 뿐 본관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자식들한테 본관을 알려주지 않는 부모들도 많아 탈북자들 중에도 의외로 자신의 본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해방 후 북한에도 성씨를 바탕으로 갈라진 많은 조상들과 그 후손들이 기록한 족보가 가보로 존재해 왔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 후에는 이러한 족보를 기록한 책이 잃어버린 가족들과 형제들을 찾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해방 후부터 독재 권력에 야심을 품은 김일성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진보세력을 반동이라는 딱지를 붙여 잔인하게 탄압했다. ‘6.25전쟁’ 후에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몰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또 김일성은 권력을 지키고 대물림하기 위해 가족주의, 지방주의를 종파의 온상이라고 낙인, 가족주의와 지방주의가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한다는 구실아래 민족의 소중한 유산이고 가보인 족보 책을 모조리 회수해버렸다.
김일성이 북한인민들에게서 족보 책을 모두 회수한 배경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조상을 숭배하고 족보를 가보로 여기는 민족에게 수령이라는 우상이 먹혀들 리 없다. 수령우상화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족보 책이었다.
 
조상중심 모여 살던 가족집단도 해체
 
조상으로 엮인 인민의 집단적 저항을 말살하려면 무엇보다 가문의 혈연적인 관계를 기록한 족보 책부터 없애버려야 했다. 김일성이 북한에서 조상의 묘들을 모두 파헤치고 족보를 중심으로 모인 가족집단을 해체한 시기는 1958년이다.
1958년 사회주의를 선포한 북한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모두 빼앗으면서 족보와 조상을 중심으로 모여 살던 가족집단도 해체했다. 그런 마을에는 ‘신해방지구(6.25 후 북에 넘겨진 땅)’에서 살던 주민들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 사회주의가 선포된 북한에서 인민들이 처음 경험해야 했던 것은 조상의 땅과 족보를 잃는 슬픔이었다. 우리민족의 족보를 말살한 김일성은 수령중심의 사회주의를 떠들며 자신의 조상들을 선전하기에 안간힘을 썼다.
1980년대 북한은 강연회를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본관이 남한의 전주라고 알려주었다. 남한에서는 전주 김씨들이 모여서 통일되면 김일성을 맞이할 환영준비위원회도 설립하였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남한의 전주 김씨들은 ‘6.25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 준 김일성의 본관이 전주라는데 대해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전주 김씨는 조상대대로 김일성과 같은 역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딱히 족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조상들의 업적을 기록한 책은 어느 나라에나 다 존재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에게 인터넷이라는 생활공간이 마련되면서 이젠 족보 책도 인터넷을 통해 편하게 열람할 수 있다. 인터넷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족보를 확인할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의 인터넷은 폐쇄된 감옥일 뿐 개인이 세계와 소통하는 공간은 아니다.
북한인민들에게서 족보와 본관을 빼앗아 내고 ‘백두의 혈통’, ‘김일성 조선’이라는 괴이한 혈연국가를 만든 김일성과 김정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뒤가 구린 인간들이었다.
 
김일성이 만들어 낸 용어가 ‘곁가지’
 
북한인민들이 조상을 섬기지 못하게 하고 혈연관계를 알 수 없도록 족보 책까지 빼앗아 낸 김일성은 ‘곁가지’라는 이상한 말까지 만들어 냈다. 복잡한 여성관계와 자식관계, 이들 가운데서 대를 이을 자식을 바로 정하기 위해 김일성이 만들어 낸 용어가 ‘곁가지’이다. 가족이라 해도 ‘곁가지’에 속하면 권력이라는 마당에 얼굴조차 들이 밀 수 없는 것이 김일성 일가의 원칙이다. 김정일의 동생인 김평일이나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 그런 ‘곁가지’에 속한다. 그렇다면 ‘곁가지’ 중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곁가지’인 김정은이 어떻게 권력을 이어 받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북한인민들의 족보와 본관을 말살해 버리면서까지 권력에 집착한 김일성과 김정일이지만 친일파 후손인 어머니를 둔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줌으로서 저들만의 족보이고 본관인 ‘백두혈통’마저 뭉개는 실수를 저질렀다.
김일성이 북한인민들로부터 빼앗아 낸 족보와 본관, 그리고 자신들의 영원한 권력을 위해 만들어 낸 ‘백두혈통’이라는 족보와 본관에 과연 정통성이란 게 있는지, 순수한 혈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제 김정은 정권은 증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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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22 [16:37]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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