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호 민주평통자문위원> 우리의 1000년 對外역사는 강대국의 어느 편에 서느냐에 대한 갈등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 때 중국의 원과 명으로 갈리더니 조선에 와서는 명과후금(후에 청)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비참한 호란(胡亂)을 겪었다. 한말(韓末)에 우리는 일본, 중국, 러시아의 어느 편에 서느냐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나라를 잃었다. 광복 후는 미, 소 의 편 가르기로 나라가 두 쪽이 났다. 약소국의 역사는 반복 된다고 했던가? 융통성 두는 지혜·용기· 설득력 수반돼야 G2의 자리에 올라선 중국은 막대한 교역량을 미끼로 한국에 탈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아시아의 대중(對中) 교두부로 삼기위해 끌어당기고 있다. 전선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배치, 그리고 중국 주도의 투자은행(AIIB)과 미국주도의 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한국의 가입 압력으로 구체화 되고 있지만 본질은 우리가 미, 중의 세력다툼에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세력이 팽창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 중의 대립은 필연적인 것으로 예견됐다. 중국은 자신의 코앞에 미국의 전진기지를 용납 할 수 없을 것이고, 미국은 중국의 무소불위 적 팽창을 대륙 내에 묶어 둘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협곡’에 한국 또는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다. 세 갈래 길이 있다. 첫째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중립이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라오스의 3국이다. 이들은 타국의 개입을 받지 않는 대신 국제관계에 개입 할 수 없는 제한이 있어 세계의 문제에서 제외되는 불리점이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도 영세중립을 인정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둘째는 어느 편도 아닌 것 같고 동시에 어느 편에 선 것도 같은 아리송한 외교적 위장술을 쓰는 길이다. 약은 것 같지만 스스로도 우왕좌왕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에 함몰돼 결국 어느 쪽으로부터 배척당하거나 다른 쪽으로부터 보복과 멸시를 당 할 수 있다. 셋째의 길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라는 대국적이고 국익적인 요청에 따라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하는 것이다. 이 경우도 사안에 따라 융통성을 두는 지혜와 용기와 설득력이 수반돼야한다. 우리의 역사는 서북쪽으로 중국, 동남쪽으로는 일본에 갇힌 폐쇄의 연속이었고, 빈곤과 종속의 반복이었다. 광복과 더불어 미국의‘손’에 이끌려 비로소 중, 일의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고 역사상 처음으로 먹고 살만한 나라로 성장했다. 우리는 다시금 중, 일에 갇힐 수 없다.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용하든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미국을 활용하면 된다. 한국은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웠고 이를 자랑스럽게 실천하고 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 사상가인 로버트 케이건 은 ‘미국이 만든 세계’ 란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전 세계에서 민주국가로 불릴 수 있는 나라는 불과 10여개 국이었고, 전 세계의 연평균 GPP증가율은 1%정도였다.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민주 국가는 100여 개 국으로 늘었고 세계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한국은 민주화 된 나라 명단의 맨 위에 있다. 2000년대 최장기 주중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통일부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했다. 中 미사일기지 탐색…관심사 아니다 그는 중국과 일본으로서도 제일 중요한 나라가 미국이다.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 관계도 오래 됐고 문화적 공유점도 많지만 이념 등 다른 점이 아직 많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은 남북한 관계에서 어떤 경우에도 중립은 지키려한다. 한국이 북한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중국이 미국처럼 우리를 지지해 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가 주미(駐美)가 아닌 주중(駐中)대사를 지냈고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중국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견해는 대단히 의미가 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앞에 속수무책인 한국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에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사드의 밴드레이더가 자국의 미사일 기지를 탐색 할 수 있다는 데만 신경을 쓰고 한국의 안보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알바가 아니라는 태도다. 그렇다면 우리도 생사가 걸린 북한 미사일이 관심사이지 중국의 미사일기지 탐색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라는 것을 분명히 설명해야한다. 또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막아주면 우리도 사드배치를 거부하겠다고 말해야한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이 이리저리 눈치 보며 미, 중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 할 것인가? 생각 있는 중국인이라면 앞으로 우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줏대 없는 기회주의 처신을 대한(對韓)외교의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삼을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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