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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수기]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정치범이었다
 
통일신문 기사입력  2013/08/05 [15:39]

신동혁/4

한번은 너무 배가고파 땅을 보면서 걸을 때 소똥에서 강냉이 알 세알이 보이는 것이다. 소가 강냉이 이삭을 주어먹고 소화시키지 못하여 나온 배설물이다. 나는 그것이라도 주울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프니깐 그 강냉이 알 3알을 옷소매에 닦아가지고 먹었다. 끔찍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날은 운 좋은 날이었다.

 

피복 공장에서 손가락 하나 잘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피복 공장에 배치되었다. 나는 여기서 기계 수리공으로 일하였다. 피복 공장에서 약 2500여명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2000여명은 여자였다.

여자들의 나이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는데, 유별나게 수용소의 10대 20대 30~40대 여자들 조차도 사회에 있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곱게 생겼다.

단체복을 입고 있는 그들은 속내의조차도 변변히 입고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은 보위지도원들의 탐욕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피복 공장에 약 7명의 여자들이 보위지도원의 사무실 청소를 교대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순번제 청소를 하는데 일반 여자들은 그 청소 당번에 뽑히려고 무던히 애쓰던 기억이 난다. 그래야 보위지도원은 물론 총반장의 폭행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학급 동창생 중에 박춘영이라는 고운 여자아이가 있었다. 지금 살아있으면 24살이다. 그 아이도 보위지도원의 사무실 청소담당에 뽑혔다. 4달 후 내 친구의 입에서 박춘영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춘영이가 임신한 사실을 나를 포함하여 같은 학급 동창생들이 4명 정도가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임신 사실을 비밀로 지켜주고 있었다. 그러나 배가 점점 불러 오면서 더 숨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끝내 임신 사실을 들켰고 하룻밤 사이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다. 이 일은 단지 박춘영 뿐만이 아닌 그의 사무실에서 청소를 하는 여자들도 언제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재봉기 받침대를 등에 지고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다가 손에 힘이 빠지면서 떨어뜨려 재봉기 받침대가 부셔졌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나는 보위지도원에게 불려가 네놈은 재봉기 받침대도 못 가져온다고 하면서 네놈의 손이 문제이니 총 작업반장에게 손가락을 자르라고 하였다. 총 작업반장은 식칼로 내손을 책상위에 올리고 칼을 번쩍 들어 내손을 내리쳤다. 순간 오른손 중지가 잘라져나갔고 이렇게 나는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

2004년 중반 밤 11시 사상투쟁회의가 끝난 뒤 그때는 웬일인지 4명의 보위원들이 같이 참가하였다. 보위지도원이 우리에게 어느 호실에 이가 많은가를 물은 것이었다. 그러자 남자호실 여자호실 반장들이 일어나 자기네 호실이 이가 많다고 하였다. 그러자 지도원은 약을 주겠으니 그것으로 목욕을 하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각각 한 호실에 20kg 짜리 물통을 두통씩 주었다. 여자호실 5명과 남자호실 7명이 목욕을 하였다.

 

수용소 밖의 세상 알려주던 친구

 

그때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때 그들이 준 약은 쌀 뜬물 같은 뿌연 물이였는데 냄새는 밭에 농약으로 쓰던 우아독수라고 하는 농약 냄새가 났다. 그들이 목욕을 한 후 1주일이 자나면서부터 그들의 목에서는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곪아 터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한달 뒤에는 살이 문드러지면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고열에 시달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조차 못하였다. 그들이 거의 죽어간다고 생각할 즈음에 트럭한대가 오더니 그들 모두를 싣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무소식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한 광경이다. 혹시라도 내가 그때 그 물로 목욕을 했었더라면 지금 대한민국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2004년의 어느 하루, 나는 박 씨라는 성을 가진(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치범이 피복 공장에서 내가 일하던 곳으로 왔다. 나는 그에게 기계 수리하는 법을 가르쳐주도록 전달받았다. 여러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처음으로 내게 수용소 밖 세상을 알려주었다. 이 젊은 친구는 아시아의 몇몇 나라를 여행해봤고 나에게 그가 경험했던 바깥 세상에 대한 많은 것들을 얘기해줬다. 기회가 나는 대로 수용소를 탈출해서 수용소 밖의 세상을 경험해 보라고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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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05 [15:39]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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