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폐합, 軍과 국민의 우려 크다

윤현중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8/18 [18:34]

사관학교 통폐합, 軍과 국민의 우려 크다

윤현중 논설위원 | 입력 : 2026/08/18 [18:34]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육··공군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단순한 교육기관 개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45만 대군을 지휘할 정예장교를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자, 국가 안위와 직결된 중차대한 안보 사안이다. 백년대계로 다뤄야 할 국가 안보정책을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 없이 편향된 계획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윤현중 논설위원

완비된 교육체계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현재 태릉의 육군사관학교를 비롯해 진해의 해군사관학교, 청주의 공군사관학교는 각 군 장교 양성의 요람으로서 이미 완비된 교육체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멀쩡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교육기관을 없애고, '국군사관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부지에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건물을 다시 짓겠다는 구상은 국민적 설득력이 전혀 없다. 불필요한 사업을 벌여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어지럽히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무엇보다 각 군의 작전환경과 전투 방식, 무기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상에서 소대원을 이끌고 기동하며 진지를 파고 때로는 전차와 합동으로 싸우는 육군 보병, 함정과 잠수함을 타며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첨단 전투기를 운항하며 전략·전술 폭격을 담당하는 공군의 기본 역할은 전장의 양상이 바뀌더라도 변치 않는다.

 

"다른 것은 다르게, 같은 것은 같게" 하는 것이 참된 평등이자 전문성 강화의 기본 원칙이다. 작전환경이 완전히 다른 육해공을 무조건 합쳐 교육해야 차별과 독과점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군의 특수성을 무시한 단순 논리다.

 

사관학교 교육에서 군별 전문성의 비중을 줄인다면, 초급장교의 질적 저하가 나타나고, 그것은 종국적으로 장기 하사나 사병들의 안위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합교육은 지금도 되고 있지만, 더 필요하다면 장교 임관 후나 영관급 보충교육 과정을 추가하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탁상공론에 있다. ·우 전쟁이나 중동 분쟁 등 현대 전장에서 초급장교의 역량이 부대원의 생사(生死)를 좌우한다는 점은 이미 입증되었다. 군사적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나 체감 없이 책상머리에서 구상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강압적·일방적 밀어붙이기 즉각 중단해야

 

국방부 장관과 정책당국자들은 군부대를 직접 찾아 군인들과 호흡하고, 초급장교들의 지휘 여건과 현장 애로사항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출신별 역량 차이가 부대원과 상급 지휘관에게 미치는 영향, 사관학교 기간 단축이나 통합교육이 전방 주요 지휘관(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에게 전가할 부담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통폐합은 위험천만하다.

 

정부가 성급히 내세우는 일본(日本)의 자위대 방위대학교 사례는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맥아더 헌법상 군대를 가질 수 없어 자위대라는 명칭으로 파행 운영되는 일본의 사례를, 주적인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중·러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국 대한민국에 직접 대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전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육··공군사관학교를 분리하여 운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안보는 결코 비전문적인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히 통합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싶다면, 검증 계획부터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부 과정에 한해서 시범 운용(Pilot Project)을 거쳐 그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더하여 과거 역사적 사례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보고 자녀를 군에 보내는 부모의 이해가 큰데 국민과 군사전문가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짜서 건축 도면대로 국군사관학교를 만들면 된다'는 식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전문가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적 공론화를 거치는 정상적인 절차로 돌아오는 것만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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