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0일, 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는다. 1998년, 대한민국이 IMF 외환위기의 혹독한 한파 속에 놓여 있던 시기, 그리고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전환의 해에 우리는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시절 창간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지로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보도하고 정책이슈를 논하며 통일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창간 당시 남북관계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고 있었다.대북포용정책을 천명하면서 대결의 냉전구도는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은 개방과 교류의 큰 물꼬를 텄고, 이산가족 상봉의 감동은 분단의 세월을 잠시나마 녹여냈다. 그 시기 남북은 서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공유했고, 통일논의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28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풍경 앞에 서 있다. 교류와 협력의 흐름은 끊어지고, 남북관계는 사실상 단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넘쳐나던 북한관련 정보와 방북경험이 이제는 희소해졌고, 세대교체로 남북을 잇던 정서적·경험적 연결고리는 약화될 대로 약화되어있다.
통일은 더 이상 사회적 의제의 중심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점차 멀어지는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남북한 형세는 불모지대에 선 우리 국민에게 어디로 갈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마주한 작금의 현실에서 가장 고심해야 할 대목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통 국가 노선, 즉 통일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당국과 정치권이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의 대북정책이 단기적인 긴장완화와 상황관리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헌법이 명시한 평화통일의 가치는 단순히 분단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감내하더라도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국가적 소명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평화'가 자칫 분단의 고착화에 안주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통일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만약 우리가 통일의 주도권을 능동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사실상의 두 국가’ 상태를 고착화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향후 북한 내부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이를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국’의 일로 치부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의 상황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통일의 당위성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반만년의 역동적인 역사는 단절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던 통한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우리 역사의 절반인 북한에 대한 관심을 거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와 교육당국이 갈등과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지향하는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평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강조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까지 희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래 세대가 통일을 ‘불필요한 부담’으로만 여기게 된다면, 우리 내부의 통일 동력은 점차 소멸해 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당장의 평온함에 만족하기보다는, 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험난할지라도 주도적인 통일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한 세기 전, 국권 침탈의 현장을 지켜보던 외교관들의 시선을 기억하며, 우리는 결코 ‘조용한 분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에 정중히, 그러나 엄중히 제언한다.통일정책은 단순한 행정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다. 이번 통일신문 창간 기념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금 통일이라는 위대한 여정을 향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창간을 맞아 독자 여러분께 분명한 약속을 드린다. 앞으로도 통일신문은 흔들림 없이 사실에 기반 한 냉철한 분석과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지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남북 단절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북한을 들여다보겠다. 또 통일문제를 더 깊이 질문하겠다. 탈북민과 북한인권 문제도 더 관심을 가지고 다룰 것이다.
다시 한번, 통일신문은 시대의 어려움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겠다는 점을 약속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