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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기쁨과 더불어 통일을 제창해 온 신문으로서 다시 한번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되돌아본다. 요즘은 알맹이가 되는 ‘통일’이 겉포장이 되고, 외피에 해당하는 ‘평화’가 도리어 알맹이가 되어 주장하니 개탄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통일신문은 잘못된 선전에 휩쓸리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민족통일을 주장하는 본연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환경이 불리할수록 원칙은 더 또렷해야 한다.
평화보다 신뢰다
올해도 통일을 위한 전망은 밝지 않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환경이 불리할수록 해야 할 과제는 더 많다. 최근 통일부가 제시한 공식정책방향을 보면, 현실을 고려한 고민의 흔적은 읽히지만, 전반적으로는 소극적이고 현상 안주적인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큰 틀에서 길을 여는 전략이라기보다는, 눈을 가리고서라도 작은 돌파구를 찾겠다는 미시적 접근에 머무는 듯해 협소하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정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하고, 4강 외교를 통해 주변국과의 평화를 촉진함으로써 남북 간 평화공존 상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미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화해협력과 사실상의 통일, 즉 남북연합의 그림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일견 설득력은 있다. “평화가 먼저 와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구상은 당연하게 느껴지고 익숙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다. 평화롭다고 해서 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대화에는 수요가 필요하고, 설득에는 이익이 필요하다.
아무런 레버리지도, 축적된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으로 북한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평화를 전제로 삼는 사고는 거꾸로 된 인식이다. 평화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군사적으로 대치하더라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는 ‘긴장된 평화’이고 이런 평화는 길게 있을 수 있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흔하게 있을 수 있다. 이게 전부가 될 수 없고 대화 추진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급히 필요한 것은 쌍방 간 신뢰, 즉 남북간 신의(信義)이다. 서로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호선린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 위에 평화가 도래한다. 아무리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인도적 지원을 준비한다 해도 신뢰 없는 관계에서는 속마음이 열리지 않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오가지 않는다. 지금 남북 간에 가장 절실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신의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올해 국내외 정치 일정 속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와 남북관계, 통일 문제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냉정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이재명 정부는 아마 거기에 올인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가 두루뭉술한 평화공존을 추진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대북조치나 대외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국내정치가 우선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북한문제, 핵문제에 관심을 돌리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발표나 전망을 봐도 그렇고, 4월 미중 정상회담과 연말 중간선거를 예정하고 있는 것을 봐도 북한보다는 미중, 미러 등 강대국 정치와 국내정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는 미국의 국내 정치, 중국과 대만 문제에 밀려 후순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 정부가 유일하게,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그나마 국민 공감대 형성이다. 다행히 정부는 평화·통일 공감대 형성을 중점 과제로 삼고, 경청과 국민 참여 확대, 세대·계층별 다양한 의견 수렴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신문도 그에 가세하려고 한다. 논설과 특집기획을 통해 역대정부의 통일정책과 통일방안, 역대 통일부 장관의 정책기조, 햇볕정책과 6·15 공동선언을 둘러싼 남남갈등, 북방정책과 북핵 문제 등 역사의 누적된 정책경험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록함으로써 국민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언론이 통일의 토대를 만든다
민족 전체의 통일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남쪽 국민 외에 북한여론도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 아쉽게도 북한 김정은과 하수인격인 특권층, 지배층의 방해로 북한주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지금은 여의치 않지만, 제대로 들을 때까지는 우선 과거 북한과 맺었던 조약이나 합의, 당시의 기록이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통일신문은 기존 남북합의와 기본합의서, 북한의 역대 대남정책과 도발의 역사, 북핵 개발 과정과 대미협상 외교를 차분히 분석하고, 특집 기사로 국민에게 알리려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통일정책으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신문은 그 역할을 기꺼이 맡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신문의 영향력이 위축되었다고 말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기록을 남기는 매체는 여전히 신문이라고 믿는다. 특히 통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신문으로서, 독자가 참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기사를 제공한다면 합리적인 국민 공감대 형성은 물론, 정책의 실효성 또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통일신문은 앞으로도 전문적인 분석과 책임 있는 주장을 해 나갈 것이다. 부디 통일신문을 많이 읽어주시고,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한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통일신문을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통일신문 회장 김 성 초 올림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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