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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면 대한민국 정부의 남북관계 기조는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정치권 대혼돈에 파묻힌 통일” 우여곡절 가운데 새 대통령 체제로 들어선 정부는 한반도 평화 통일의 기본원칙에 따른 군사적 긴장해소와 남북대화 재개를 강조해 왔지만,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 없이 남측의 구상만 반복 제시되는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국민 모두가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 중계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징적 이벤트였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다양하고 중대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대통령이 행정부의 모든 업무를 주도하고 심지어 현장의 신입 실무자가 처리해야 할 것 같은 세부 사안까지 직접 관여하는 모습은 불편함을 남겼다. 행정부 전체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거대한 ‘정치 쇼’를 펼치는 것처럼 비쳐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통일부 업무보고는 화려한 시각 자료와 낙관적 언어로 남북대화 재개와 공동개발 사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통령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의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 북한은 휴전선 북측에 철통 콘크리트 방어벽을 새로 구축하고, 중국과의 국경에도 철책 공사를 강화하며 국가 전체를 더 봉쇄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의 통일 정책이 일방적 희망의 나열에 그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국민들은 이미 뼈아픈 통일 학습을 경험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라는 상징적 협력 사업은 막대한 재정과 시간, 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정치·군사적 상황 변화 앞에서 한순간에 중단됐다.
그 후유증은 개성공단 건물을 폭파시키는 장면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런 경험을 한 국민들에게 다시 낭만적 남북 평화 담론과 공동개발 계획을 신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제 통일정책의 초점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내 정치권의 합의다. 여야, 좌우를 떠나 통일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일관된 공동의 원칙을 세우는 데 합의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이 전면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구조에서는 어떤 장기 전략도 뿌리내릴 수 없다.
더 나아가 통일정책을 국가가 전면 주도하려는 태도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와 대통령은 마치 만능 해결사처럼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전능한 국가도, 모든 해법을 쥔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시간 민간차원에서 통일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헌신으로 길을 열어온 전문가 집단, 종교·학술·인도적 단체들의 경험과 통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상당 부분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2025년은 국내 정치의 분열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한참 뒤로 물린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의 진전보다는 불신이 누적된 시간이었다는 점을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통일은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은 정치의 속도보다 역사의 인내를 요구한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식의 통일에서 벗어나, 느리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통일로 나아갈 때다. 다가오는 2026년 새해에는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통일정책이 새롭게 정립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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