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두 나라가 아니다” 기본합의서 34년...남북관계 기본 축을 세우다

[기획]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일(12.13)에 돌아보다

윤현중 기자 | 기사입력 2025/12/22 [19:00]

“남북은 두 나라가 아니다” 기본합의서 34년...남북관계 기본 축을 세우다

[기획]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일(12.13)에 돌아보다

윤현중 기자 | 입력 : 2025/12/22 [19:00]

남북기본합의서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는 남북이 스스로 합의한 역사적 선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당시 합의의 설계자이자 주역이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다시 거론된다. 1991년 당시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서문은 남북관계를 이렇게 규정했다.

 

남과 북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다

 

이 합의는 남북당국이 분단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하나로 합쳐질 것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탓에 기본합의서는 종종 무력한 문서처럼 취급돼 왔다.

 

그러나 남북합의는 당사자의 이행여부와 무관하게 국제사회에서 효력을 갖는다. 국제사회는 이를 단순한 선언이 아닌, ()국제조약으로 인식하고 외교정책에 반영해 왔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34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는 이 합의가 지닌 의미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두 국가가 아닌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규정했던 그 역사적 합의와, 이를 이끈 임동원 전 장관을 기억고자 한다.

 

임 전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 가입하면서 남과 북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남과 북은 국제적으로는 주권 국가이지만, 남북 사이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보지 않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합의를 보고, 그 특수관계의 내용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을 담은 것이 남북기본합의서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실제 기본합의서는 내용적으로 매우 충실하며,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합의 이후 실질적 이행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노태우 정부 말기인 1993년 초 남북대화마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 직접적 계기는 북한이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에 반발하여 1993129일 모든 남북대화 중단을 선언한 일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따지고 보면, 북한이 이 합의를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시간 벌기, 그리고 소련·중국·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한 외교·경제적 위기 타개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컸다.

 

북한의 합의 불이행으로 남북기본합의서는 안보·정치·군사 분야에서는 거의 실천되지 못했다. 다만 우리측의 선제적 입법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뒷받침 아래 인적 교류, 교역, 남북경협 분야에서는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그 외 핵심 조항들은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이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기본합의서는 여전히 남북관계의 기준틀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합의서에 담긴 원칙과 규정들이 이후 북한을 상대하는 준거로 기능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 해설 자료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통일을 공동번영의 과정으로 전제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의 기본 틀을 제시한 합의로 평가한다.

 

이홍구 전 총리는 이 합의가 남북을 외교관계가 아닌 분단으로 인한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6개 공동위원회 설치, 유엔 동시가입,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김태우 교수 역시 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은 이행만 되었더라면 한반도 평화정착의 획기적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노태우정부의 통일원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한 임 차관은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34일 통일원 차관직을 사임하고 세종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자신이 직접 참여한 남북고위급회담 협상 과정에 대한 논문에서 그는 북한이 정치·군사 문제의 우선 해결과 불가침선언 채택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지연하거나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현실적 개선과 신뢰 구축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기본합의서채택과 교류·협력 활성화를 주장했고, 그것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통일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전제하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공존의 기본 틀을 마련한 문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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