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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을사년(乙巳年) 한 해가 저물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밝은 새해가 다가온다. 그러나 꽉 막힌 남북관계는 어두운 터널을 언제 빠져나올지 모르는 암울한 상황이다.
2025년에는 남한에서 정권교체가 있었고, 6월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의 기치를 내걸고 힘찬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이어져 온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국정원이 주도한 대북방송 송출도 중단했다.
김정은 정권이 그렇게 싫어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대북전단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임을 강조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정신은 6.15공동선언, 판문점선언, 9.19공동선언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기존합의를 존중하며 가능한 사안을 바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남북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은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malzation), 비핵화(Nuclearization) 즉,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소위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남한의 화해 손짓에 북한은 전혀 무반응
올해의 남북관계는 남한의 일방적인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상황이 내내 이어졌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북한 김정은이 정답을 이미 내놓았다.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의 관계가 아니라 교전국 관계, 주적, 제1의 적으로 규정하고 대남 적대정책을 공식화하면서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관련 조직들을 해체했다.
물론, 남북대화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모든 교류협력을 차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부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2018년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디딤돌 삼아 미북 대화를 성사시켜 이를 통해 핵 보유를 인정받고, 대북제재 해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노딜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한국의 경제적 도움을 상당히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한계는 명확했다. 거기에다 남한에서 불어오는 한류는 북한 젊은이들을 매료시켰고 이는 정권과 체제를 흔드는 사안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남북대화를 재개한들 아무런 경제적 실익은 없는 데다, 체제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남북 간의 장벽을 높이 쌓은 것으로 봐야 한다. 북으로 돌아가려는 북한 주민의 송환통보도 받지 않고, 국방부의 군사대화 제의에도 묵묵부답이다. 이것이 올해 남북관계 현주소이다.
미·북 대화 여부 따라 남북대화 가능성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2026년에는 남북대화를 복원하여 평화신뢰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킹을 한다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잘 할 것임도 다짐했다. 그나마 지금 기대를 거는 것은 김정은이 ‘비핵화 포기’라는 조건부이지만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만일 미북 정상이 의기투합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 복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남북대화가 재개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관계복원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1970년대 초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시된 지 50여 년이 지났다. 수많은 합의를 이뤘지만 그동안 북한의 태도를 종합해 보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2026년의 남북관계도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현재로서 당분간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 시도조차 포기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또 한 가지의 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형태로 종결되는지 여부이다.
종전 또는 휴전 이후 양상은 2023년 이후 혈맹의 수준으로 결속해 온 북러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결말이 나온다면 푸틴에게 김정은이 이전처럼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계산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남북대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고집하는 북한 당국이지만, 과거 언제라도 그랬듯이 아쉬우면 슬그머니 나오는 것 또한 북한이다. 남북대화에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당국에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공조 하에 튼튼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말이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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