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명칭 바뀐다고 정착, 취업에 도움 되나요?”
지금대로 ‘탈북민’으로 불리는 것 원해
탈북민들 새 호칭에 크게 호감 못 느껴
림일 객원기자 | 입력 : 2025/09/22 [14:16]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과 ‘탈북민’ 이라는 용어를 ‘북향민’(北鄕民) 등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축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이라는 법적 용어와 일상에서 쓰는 ‘탈북민’ 표현의 대체에 관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 문제는 탈북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이 되기에 며칠 전 7년 째 운영 중인 전국 탈북민(470여 명) 가입 최대 단체카톡방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다.
탈북민 황성삼 씨는 “새로 쓰일 이름 ‘북향민’의 ‘향’자는 고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방향을 뜻하기도 할 것이다. 북에 고향을 둔 사람, 북으로 가야 할 사람, 북에서 살아야 할 사람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더 혼란스럽다고 혀를 찾다.
탈북민 A씨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19년 전에도 ‘새터민’ 이라는 탈북민 호칭을 용역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왜 탈북민만 새터민인가? 엄밀히 보면 한국에 이주해온 수백 만 결혼외국인여성과 귀화자들도 새터민이 아닌가? 솔직히 우리는 그냥 지금대로, 가장 많이 불러지는 이름인 ‘탈북민’으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꼬집었다.
탈북여성 김은주 씨는 “북에 고향을 둔 뜻의 이름이 ‘북향민’이면 북에서 태어난 외국인도 북향민이 되는가? 탈북민만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이름으로 보인다. 괜히 국민들이 ‘북향민’은 또 뭐냐며 혼돈스러워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B씨는 “정부가 새로 쓰겠다는 ‘북향민’이나 그동안 수십 년 써오는 현재이름 ‘탈북민’이나 똑같이 ‘북’자가 들어갔으면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탈북민의 호칭을 새로 바꾸려는 것은 그냥 북한에 밉게 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보이려는가 하는 궁리로 밖에 안 보인다”고 일갈했다.
탈북민 박수남(가명) 씨는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들도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북쪽에 있으니 ‘북향민’이 되는 것 아닌가? 북한이탈주민의 가장 정확한 정체성을 담은 호칭은 바로 지금의 ‘탈북민’이다. 계속 잘 쓰고 문제가 없는 호칭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탈북민 C씨는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영어로는 그냥 북한이주민, 북한난민이라고 표현한다. ‘다문화’ 라는 말을 만들어 내니 학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놀림과 비아냥의 용어로 쓰였듯이 어떤 이름을 붙여도 확 달라질 게 없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써오는 ‘탈북민’을 그대로 쓰면 좋겠다”고 했다.
탈북여성 유지은 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 갑자기 통일부 명칭, 탈북민 명칭 등을 바꾼다고 야단법석인데 참 한심하다. 탈북민들의 이름이나 바뀐다고 정착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지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
통일부 명칭, 탈북민 명칭 바꾸려고 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