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푸틴의 2인3각

기획/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린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2025/02/21 [15:33]

트럼프· 김정은·푸틴의 2인3각

기획/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린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원장 | 입력 : 2025/02/21 [15:33]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린다고 회자된다. 노벨위원회에 이미 여러 번 후보로 추천되었으니 개연성이 충분하다. 대자본가로 성장했고,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에 두 번이나 올랐다. 다만 미국에서 미국에 의한 것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프로젝트와 김정은

 

트럼프가 김정은의 속을 꿰뚫고, 유럽과

중동에서 평화 조정자·중재자 역할 하는

동안 한반도서 김정은이 핵실험 하거나

큰 불장난을 일으켜 자신의 지도력을

무색하지 않도록 하는 정지작업으로

대화재개, 관계 회복 툭툭 던져두는 것

 

그도 인생의 종막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인 만큼 세계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세계인으로부터 거룩한 평가를 받는 희망을 품지 않을 리 없다. 트럼프가()가 미국은 물론 세계적 명문가가 되어 후손들도 그의 영광을 이어갈 반석도 다질 욕심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3개의 무대는 유럽, 중동, 한반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혹은 종전, 그리고 북핵 문제에 대한 성과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미국은 사실상 전쟁 당사자다. 막대한 무기와 군비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두 국가를 위한 전장의 눈·귀가 되고 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

직접 참전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도 이스라엘도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미국의 말발이 먹힌다. 트럼프의 압박에, 고상하게 표현해 평화를 위한 중재에 두 나라는 불만을 가지면서도 휴전·종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어떻게 휴전·종전할 것인가의 모양과 형식을 미국과 줄다리기하면서 최대한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 힘쓰는 현실이다.

 

북핵 문제는 다르다. 트럼프의 요구를 김정은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 북한의 2006년 핵실험과 탄도탄 시험발사로 인해 부과된, 유엔 결의에 의한 미국 중심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지만, 근 이십 년 간 북한은 견뎌내고 있다. ·중의 도움·방관으로 대북 제재에는 커다란 구멍도 뚫렸다.

 

북핵 문제 진전에 트럼프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트럼프 자신에 의한 김정은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2019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그야말로 참담한 굴욕감을 안겼다. 그 전해 6월 싱가포르 회담의 경험으로 김정은은 트럼프와 적당한 합의를 이룰 것으로 판단했고, 무려 60여 시간을 기차로 달려와 트럼프를 만났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 김정은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반대로 트럼프는 결단력 있는 강력한 세계지도자로 미국에, 국제사회에 각인하는 크나큰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김정은은 다시는 트럼프가 펴는 장기판에 뛰는 말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노벨평화상프로젝트에 김정은을 이용하기 힘든 세 번째 장애는 김정은 아버지의 유산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겪어야만 했던 울화통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긴장과 갈등의 한반도에서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 평화의 무지개를 세계 앞에 선보였는데, 노벨평화상을 남쪽 대통령만이 차지했다. 역사에 김대중의 이름만이 남았다. 아무리 트럼프와 합의를 하고 평화적 모습으로 치장해도 자신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안다. 폭악적 독재체제, 최악 인권 국가의 군림자에게 노벨위원회가 평화상을 수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역시 노벨평화상의 영광을 김정은과 나누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수상은 그와 김정은이 동등하다는 얘긴데 트럼프가 리틀 로켓맨을 자신과 같은 서열로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김정은은 체제 안정,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미 관계 개선에 목마름이 사실이다. 자신에 대화용의를 던지는 트럼프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푸틴이 김정은의 뒷배로 역할하고 시진핑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이상, 김정은이 트럼프 노벨평화상 수상의 징검다리로 농락당하지는 않으려 한다. 트럼프가 그래도 김정은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종신 왕인 자신의 신분을 ‘4년 고용 사장으로 조급한 트럼프를 단단히 이용하려 들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이 정도로 노회(老獪)한 정치인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속을 꿰뚫고, 자신이 유럽과 중동에서 평화 조정자·중재자로 역할 하는 동안 한반도에서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거나 큰 불장난을 일으켜 자신의 지도력을 무색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정지 작업으로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 관계 회복을 툭툭 던져두는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아우루스정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벤츠의 최고급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을 자랑하며 직접 운전석에 앉아

·러 관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음을

보인것과 동시에 아우루스는 국가원수급

전용임을 보여 푸틴에 경의를 표한 것

 

 김정은과 푸틴이 자동차 정치를 한다. 자동차 더하기 번호판이다. 20239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러·북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자신의 전용차인 아우루스 세나트 리무진을 자랑할 겸 김정은과 함께 승차했다. 그리고 선물을 약속했다.

 

당시 러시아 타스 통신은 김정은이 푸틴으로부터 아우루스를 선물로 받은 최초의 지도자라 보도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은은 2024218일 아우루스를 손에 쥐었다. ‘아우루스(Aurus)’,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며 최고급 사양이 세나트 리무진이다. Aurus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Aurum’‘Russia’의 합성어로 금빛 찬란한 러시아란 의미다.

 

차량 설계와 제작에 124억 루블(1,958억원)이나 투입된 무게가 7t에 달하는 장갑차다. 화학무기나 폭탄 등 외부 공격은 물론이고 수중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민수용으로도 판매되며 옵션에 따라 약 612억 원이라는데, 푸틴 전용차에는 당연히 특수 장비가 장착되어 훨씬 더 비쌀 것이다.

 

이런 차를 푸틴이 김정은에게 최초로 선물한 것이다. 그만큼 김정은을 각별히, 자신과 김정은의 안전을 동격으로 여긴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당연히 주 관객은 미국과 중국, 특히 지도자였을 것이다.

 

푸틴의 김정은 챙기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2024618~19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에게 아우루스를 또 한 대 선물했다고 619일 러시아 타스 통신이 크렘린궁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 시운전을 보였고, 이어 김정은도 운전석에 앉아 서로의 유대를 과시했다. 이 장면이 전 세계에 방송되었고, 북한의 가장 중요한 대외 선전·화보집 조선(DPRK)’ 20247월호는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이후 김정은은 공식행사에 아우루스만 탄다. 이전 의전 차량 벤츠 최고급인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이용은 202428일 건군절  76돌을 맞아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조선(DPRK)’에 실린 중요 행사 몇 개를 적자면, 96일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 시찰, 1010일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맞아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거행된 기념공연과 기념연회, 1231일 밤에 열린 2025년 새해경축공연에 아우루스로 식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며칠 전 28일 국방성에서 열린 건군 77돌 행사에서도 아우루스를 타고 등장했다.

 

두 사람의 자동차 정치는 붙인 번호판에 더 힘을 주었다. 김정은이 애마에 붙인 차번호가 ‘7.27.1953’, 즉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이다. 해를 뒤에 적는 서양식으로 하면 ‘27.7.1953’이 되어야 하지만, 북한에서 칠이칠’(7.27)은 승리와 동의어다.

 

미국 놈이 바친 항복서를 밟고 지나온 광장, 동무여 힘차게 힘차게 힘차게 지축을 울리며 나가자, 승리 승리 승리의 칠이칠, 더 높이 떨치자 위대한 조선의 승리를이란 ‘7.27행진곡이 보여주듯이 김씨 일가 정통성, 권력세습 정당성의 핵심이 전쟁 승리고 그날이 7.27이다. ‘27.7’로 쓸 수가 없다.

 

러시아의 제왕 푸틴이 선물한 자동차에 칠이칠을 박은 것은 6.25 전쟁 승리를 러시아와 함께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김정은의 화답이다. 돈독한 북·러 관계를 과시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에 던지는 불만 표시로 봐야 한다.

 

중국은 항미원조지원군을 보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국내외에 선전했고 교육하고 자부하고 있다. 단동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에 전시된 셀 수 없이 많은 전쟁 사진들 가운데 김일성 사진은 겨우 두세 장뿐이다. 중국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승리했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러시아산 아우루스에 정확히 명기된 7.27은 시진핑에 대한 소리 없는 삿대질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상호 방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서 선전·선동문구 불패의 조중 친선불패의 조로 친선으로 대치되었다. 북한과 피로 맺은, 관계 불패의 친선 관계라는 중국의 입장이 무색해졌다.

 

아우루스는 움직이는 정치 선전판이다. 김정은, 7.27을 타고 다니며 김정은은 곧 승리다”, “푸틴과 함께하면 승리다를 과시하면서,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에 메시지를 보낸다. 시진핑에 좀 더 과감하게 자신을 지원하고 뒷받침해 줄 것을 트럼프에게는 푸틴이 든든하게 받치는 뒷배가 있는 자신을 함부로 상대해서는 안 될 것임을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대한 트럼프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끝난다 해도 당분간 북·러 밀월은 지속될 것이다. 언제든지 전투가 재개될 수 있고, 푸틴은 무기·탄약 확보·저장을 위해 그리고 전후 복구를 위한 인력 투입에 김정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행보가 주목된다. 먼저 시진핑이 움직였다. 격화되는 대 트럼프 전선에 김정은 전선마저 악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우리 국회의장을 만나 중·한 관계 개선과 방한 의지를 표명해 김정은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자 한다.

 

김정은은 트럼프에 집중하는 형세다. 북한 매체가 미국을 때려도 트럼프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중재안으로 현 전선 인정’, ‘우크라이나 NATO 불가입이 입에 오르내려 푸틴의 입을 벌리게 한다. 김정은도 기대를 가질 만하다.

 

김정은이 아우루스만 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1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새로 장만한 벤츠의 최고급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자랑하며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그만큼 북·러 관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 것임과 동시에 아우루스는 국가원수급 전용임을 보여 푸틴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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