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한중관계 회복이 중요한 이유

이종석 북한학 박사 | 기사입력 2025/01/15 [16:38]

트럼프시대 한중관계 회복이 중요한 이유

이종석 북한학 박사 | 입력 : 2025/01/15 [16:38]

19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한국은 조선왕조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복원되었다. 특히 이 시기는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사회 불평등, 부정부패, 천안문 사태 등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한 시기였으나 때마침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에 따라 한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종석 논설위원

 

이후 중국은 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가운데 한중간의 관계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활발한 경제교류와 문화교류가 꽃을 피었으며, 정치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갔다.

 

반면 이 시기 북한은 소련의 경제지원 중단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잇따른 붕괴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으며, 식량과 에너지난이 겹치면서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김일성주석의 사망과 연이어 북한지역을 덮친 자연재해는 곧바로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최근 중국의 상황은 부동산 버블이 꺼짐에 따라 금융위기와 인구노령화가 겹친 성장둔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에 따른 무역 갈등으로 총체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중국은 주변국과의 대외관계에서도 대만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지 못함에 따라 딜레마에 빠질 위기인데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뛰어들어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과시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유쾌하게 받아드리기가 힘들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의 상황을 돌이켜볼 때, 사드의 한국내 배치는 한중관계를 시험대에 올리는 결과가 되었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입장은 북핵위협에 대한 대응조치였으니 한국의 배치논리는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 뿐만 아니라 군사적 위협을 견뎌야만 했다.

 

중국은 이 시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사드배치를 철회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밀착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결과를 봐야만 했고, 경제보복 역시 자국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등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코로나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한국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은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모두 실패한 정책이라 평가되었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형제국가 또는 혈맹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관계에서 정치, 외교적으로 조건 없는 혈맹이나 유대관계를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가 끈끈하게 지속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관계를 결정지은 시기는 1930~40년대 중국의 국공내전 시기 항일투쟁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연대투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1946년 중국 공산당의 끊긴 동북지방의 보급로를 김일성이 북한지역을 통해 우회하도록 하고, 18천명에 달하는 부상병과 군인가족 등을 북한 내로 피신시켜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은 오랫동안 중국이 북한에 대해 잊지 못할 은혜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북·중관계가 마냥 좋은 관계로 지속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19568월 종파사건과 관련된 중국의 내정간섭, 한중수교, 북한의 핵개발과 이와 관련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등의 사건은 상호 신뢰관계에 큰 흠집으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중관계에는 상호간의 숨길 수 없는 불신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상호 이해상충 여부에 따라 그 관계가 언제든 와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와서 중국에 대한 태도는 그전과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가령 친 중국 세력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처형이나 중국의 보호 하에 있던 김정남의 피살, 중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핵실험과 개발,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여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은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251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시작한다. 그는 또 한 번의 강력한 대중 압박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미국 실리주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방위분담금과 무역적자에 대한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 외에 미국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일 중국이 이 문제에 새로운 지렛대가 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압박에서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정부가 한국인 중국비자를 일시적이지만 면제하는 일은 이러한 분위기와 향후 한중관계의 복원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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