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tet die Freiheit hoch(자유를 소중히 간직하자)’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35주년을 맞아 독일이 자축하며 내세운 구호다. 40년 독일 분단 역사, 통일 이후 전개된 그리고 지금의 정정(政情)을 바탕으로 원모심려(遠謀深慮) 속에 채택되었다.
‘Verschwundene Mauer, bleibende Worte(사라진 장벽, 남은 외침들)’은 35번째 베를린 장벽 붕괴 날을 맞아 독일이 채택한 표제어다. 독일은 그 중에서 특히 ‘자유(Freiheit)’를 강조했다.
자유, 동독 주민 변화와 베를린 장벽 붕괴, 동독 체제 변화와 통일을 관통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를 외치며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요구한 동독 주민에 감사하고 찬사를 보내고, 통일 독일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중심 가치임을 환기하고자 한다.
자유, 독일 역사에 변곡점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동서 냉전, 동서독 분단, 베를린 장벽 붕괴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에 35주년을 기념하는 비디오 큐브가 설치되었다. 당연히 핵심어는 자유다. 자유를 주제로 1961년 8월 13일 장벽 건설부터 1989년 11월 9일 장벽 붕괴까지 역사적·감동적·인상적인 사진과 영상들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처럼 숨을 쉬었다.
독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일 베를린 장벽 붕괴는 시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로 기념되고 자축되었다. 베를린을 동서로 가른 이전의 장벽 띠를 따라 애달픈 분단사, 용기의 외침들, 붕괴 상황과 통일로의 과정을 담은 수천 개의 표지판과 포스터가 늘어섰다. 역시 자유가 주인공이다. 방문객들은 벽이자 죽음이었던 길을 걸으며 역사를 반추하고, 용감한 항쟁에 경의를 표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외에도 4곳의 상징적 장소에 비디오 큐브가 설치되었다. 사진·영상물과 더불어 베를린의 유명 영화감독 마크 바우더의 장벽 3부작 ‘Mauerstücken(장벽 파편들)’, ‘Mauerflug(장벽 비행)’, ‘Mauertote(장벽 희생자들)’이 방영되었다.
축제의 정점은 11월 9일 오후 8시부터 열린 ‘자유를 위한 축제’였다. 베를린,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온 700명의 음악가들이 5개 비디오 큐브 위치로 나뉘어 동시에 ‘자유의 사운드트랙’을 연주했다. 5개 큐브가 생중계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평화혁명의 정점이었다. 분단 극복과 독일 통일의 신호탄이었다. 자유가 중심에 놓였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자유에의 열망과 용기, 평화적 시위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꾸고 새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독일 역사에 상징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 어떻게 자유를 쟁취했는가를 독일인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독일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시민들에게도 상징이 되어야 한다, 될 수 있다고 독일은 말하고자 한다.
북한 주민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독 주민과 사회주의 형제였던 북한 주민에게 베를린 장벽 붕괴, 자유가 가슴으로 다가갈 것이다, 다가가길 소망한다. 동독 주민의 자유에의 용기는 통일로 완결되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가 통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동독 주민의 자유 외침은 짓밟혔을 것이다.
여전히 분단 경계에서 헤매는 대한민국, 베를린 장벽 붕괴를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민이 ‘강령’에 ‘자유’와 ‘통일’이 없는 당을 국회 제1당으로, 제2야당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행여 지금 북한 주민으로부터 자유 외침이 터져 나올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북한 주민의 자유를 온 몸으로 안아 그들과 하나가 될 의지도 꿈도 없다면, 그들의 외침은 무자비하게 진압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어떤 잘잘못에도 불구하고 자유에의 외침, 자유민주적 통일에의 노력은 존중되고 평가돼야 한다. 이를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이념 투쟁이라 비난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리의 베를린 장벽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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