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실한 노력이 빛 발하는 때...통일한국은 너희들 나라”[인터뷰] 탈북민 대안 장대현중고등학교 임창호 교장중국에서 공안(경찰)을 피해 숨어 살았던 어머니와 함께 남한으로 입국하는 아이들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실정이다. 중국서 태어났거나 혹은 북한서도 어려운 생활고로 인해 제대로 된 학교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7천만 민족이 오매불망 바라는 것은 분명히 자유민주 평화통일이다. 분단 70여 년간 요원해 보이는 통일은 어느 날 도둑처럼 불쑥 올수도 있다. 당황함은 물론이고 정작 통일이 왔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며 또 누가 사회를 이끌까? 남과 북을 가장 잘 아는 존재는 바로 탈북민과 그 후손이다.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이야 말로 통일에 기여할 최적의 인재이다. 서울 정동 아트센터에서 탈북민 대안 장대현중고등학교 임창호 교장을 만났다.
- 장대현중고등학교를 소개해 달라. 지난 2014년에 문을 연 영호남(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유일한 탈북민 대안학교이다. 부산교육청이 2014년과 16년 각각 중학교·고등학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2022년 11월, 개교 8년 만에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일반학교와 똑같은 지위의 인가를 받았다. 전국 탈북민 대안학교 10곳 중 네 번째다. 예전의 ‘장대현학교’서 올해 3월 2일 ‘장대현중고등학교’로 개명, 개교식을 열었다. 학생들은 올해부터 정규 교과수업을 받고 졸업하면 검정고시 없이 대학진학이 가능하다. ‘장대현’은 해방 전 평양 ‘장대현교회’의 명칭을 딴 것이다.
- 자세히 말해준다면. 올해 2월까지 8차례 졸업식을 통해 모두 24명이 졸업했다. 그 가운데 22명이 대학에 진학을 하였고 그중 2명은 곧바로 미국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올해부터 중학교 2학급, 고등학교 2학급에 재학생 20명 규모 기숙학교로 운영한다. 교직원은 상근 교사·직원 16명, 비상근 강사와 자원봉사 교사 25명 등 모두 38명이다. 교사들에게 항상 “아이들이 통일한국 시대에 쓰임 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될 재목이라는 기대를 갖고 교육에 임하라" 고 당부한다.
- 어떤 교과목이 있는가. 일반(전일제) 학교와 똑같다. 국·영·수 등 10개 과목을 가르친다. 다른 것이 있다면 통일교육이라든지, 중국에서 온 아이들 경우 한국어 과정이 특별하다. 또한 중국어도 가르친다. 중국어는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모국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가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알고 태권도를 할 줄 알고, 노래를 할 줄 안다. 미술, 음악, 영어, 독일어 등 다양한 것을 가르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통일성사국의 독일어는 꼭 배워야 한다고 본다.
*2014년 설립...영호남지역 탈북민 대안학교 올 2월까지 8차례 졸업식 통해 24명 졸업 중 2학급, 고 2학급에 재학생 20명 규모 기숙학교로 운영...상근 교사·직원 16명 비상근 강사·자원봉사 25명 등 총 38명
국·영·수 등 10개 과목, 통일교육도 가르쳐 중국에서 온 아이들은 한국어 과정 특별해 학생들 한 가지 이상의 악기 다룰 줄 알고 태권도, 노래, 미술, 영어, 독일어 등 학습
- 독일어 교육이 특별해 보인다. 과거 우리와 똑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24년 전 동서독 통일을 이룩했다. 통일독일 총리를 지낸 동독출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보며 동독사람들은 지금도 희망을 많이 갖는다. 탈북민 중에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장·차관, 외교관(대사)도 나와야 통일 후 북한주민들이 희망을 갖는다. 그런 희망의 원천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 ‘독일 혼자 살아보기’는 무슨 소리인가. 우리 학교는 중고생 전교생에게 6년가 독일어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 통일을 이룩한 독일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지난 2029년부터 주한 독일영사관과 독일코리아재단의 후원으로 우리 학교서 우수독일어 성적을 받은 학생을 선발한다. 1~2명 선정된 학생을 2~3주간 독일로 보내어 독일에서 살아보기 체험을 갖도록 한다. 통일을 위한 교육이고 훈련이다.
- 학교생활 일과표는 어떻게 되나.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정규수업 시간이다. 이후 6시부터 방과 후 과정이다. 수십 명의 선생님들이 오셔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저녁 9시 까지 자유롭게 개인별 맞춤수업, 재능지도,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밤 11시에 기숙사에서 취침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보내고 있다. 탈북민 가정은 대부분 한부모 가정이 많다. 여름·겨울방학, 봄·가을 수련회 등이 있다. 현재는 남자학생 6명, 여자학생 14명이다. 약 1/3은 한부모 가정이다. 부모의 재혼·이혼이 번복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은 아니다.
- 자랑할 만한 학생이 있다면. A학생이다. 북한에서 인민(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고 15살 때 남한으로 왔다.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검정고시를 보았고 서울에 있는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미국대사관 시험을 보고 미국대학 1년 과정을 유학했다. 그후 미국무성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별되어 내년부터 2년간 석사과정을 떠난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북한 아이들이 법을 몰라서 고생할 수 있다며 꼭 법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많은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밝고 아름다운 졸업생이었다.
분단국 독일 24년 전 동서독 통일 이룩 독일통일 후 북한주민들이 희망을 가져 그런 희망의 원천을 계속 만들어야 나가야 고3 전교생에게 독일어 필수과목으로 교육 2020년 주한독일영사관과 독일코리아재단 후원으로 학교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 선발 2~3주 독일 보내...통일위한 교육이고 훈련
-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해 달라. B학생은 영화감독이 꿈이다. 주변에서 ‘공부벌레’라는 애칭을 받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어느 날 그 학생에게 “영화감독이 되면 제일 먼저 어떤 영화를 찍겠는가?”고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통일영화’ 라는 답변이 나왔다. 누가 알겠나? 세계영화계의 거장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이 언제인가 우리학교에서 나올지.
- 특이한 일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밥을 2분도 안 되어서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유를 물으니 북한에서 그렇게 빨리 먹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빼앗기니 습관이 되어 그런다고 했다. 듣는 내가 다 마음이 아프더라. 이후 밥상머리 교육을 했다. 밥이란 서로 대화와 정을 나누며 천천히 먹는 것이니 한 식탁에 4명이 다 앉으면 식사를 하라고 훈화했다. 최소 30분 내 자리서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 프랑스는 식사시간이 2시간, 미국은 1.5시간, 한국은 1시간인 것도 알려주었다.
- 또 다른 특이한 일도 있었나. 언젠가 방과 후 교육에서 퀴즈대회가 있었다. 상으로 과자를 탄 아이가 그 과자를 자기 사물함에 넣은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내 것이니 나만 먹으려고 한다”이었다. 충격이었다. 강박감이 많고 공동의식이 부족해보였다. 그래서 훈화교육을 했다. “모두가 너 같은 생각이라면 ‘우리’ 라는 단어가 필요할까?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 사랑은 받으면 주기도 하는 것” 이라고.
영화감독이 꿈이라는 학생에게 “영화감독이 되면 어떤 영화를 찍겠는가?”고 물었더니 조금의 망설임 없이 ‘통일영화’ 라는 답변 세계영화계의 거장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이 언젠가 우리학교에서 나올지...누가 알겠나?
- 본교의 교육원칙은 어떤 것인가. 우선 힐링교육이다. 탈북민과 그 자녀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숨어 지내던 경력으로 트라우마가 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다소 혼돈스러워한다. 태어나기는 중국, 아버지도 중국인, 어머니는 북한인, 사는 곳은 한국이니 말이다. 이들의 심리치료를 위해서 미술, 음악, 상담, 소풍, 태권도, 야구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신앙교육이다. 신앙의 소유는 자유지만 아이들의 인생 구심점은 있어야 한다. 우리네 일상에서 신앙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살도록 교육한다.
- 또 다른 원칙이 있다면. 꿈 찾기 교육이다. 명사초청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강연이다. 의료, 복지, 제조, 유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의 감동과 인정을 받는 인재들을 찾아 강사로 모신다. 본인들이 역경과 시련을 딛고 오늘까지 꿋꿋이 걸어온 생활의 부분을 그대로 열강 해준다. 아이들은 크게 공감하며 ‘아!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고 다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혼돈스러워해 태어나기는 중국, 아버지 중국인, 어머니는 북한인, 사는 곳은 한국...심리치료를 위해 미술, 음악, 상담, 소풍, 태권도, 야구 등 힐링교육에 중점 두고 정성껏 돌보고 있어
꿈 찾기 교육은 명사초청 특강으로 진행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의료, 복지, 제조, 유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들 찾아 강사로 초청
-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56년생이다. 부친은 평양, 모친은 함남 북청 출신으로 실향민이고 나는 남한에서 태어난 2세다. 1983년 고려신학대학교를 졸업(석사), 1986년 동(同)대학교 신학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그해 12월 고신교단서 목사안수를 받고 일본 히로시마대학교서 7년간 교육철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3년부터 고신대 교수로 재직했다. 1996년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10년간 목회활동을 하였다. 탈북민들과 북한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오는 수잔 솔티 여사는 2004년에 알게 되어 동지가 되었다. 2006년에 귀국하여 다시 고신대교수로 재부임하였다.
당시 부산에는 약 900명의 탈북민이 거주했다. 이들 중 몇 명과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생활상담, 성경공부 등을 하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실향민’인 내 부모가 요즘말로 ‘탈북민’이니 어딘가 모르게 고향사람 같은 편한 마음이 선뜻 들었다. 이들이 어느 날 탈북민들만의 교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심을 내비쳤다. 이듬해 7월 1일 탈북민교회 ‘장대현교회’를 개척하게 됐다.
부모님 고향 북한, 실향 2세로 고려신학 졸업 1993년 3월부터 고신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 1996년 미국 있는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받고 2006년 귀국해 고신대학교 교수로 재부임
10년간 목회활동...탈북민의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솔티 여사와 2004년 만나 동지 되기도 2006년 귀국해 부산사직동교회서 목회 활동
당시 부산에 약 900명의 탈북민이 거주했고 교회에 23명 출석...이들과 매주 한 차례 씩 만나 생활상담, 성경공부 등 하면서 지내다 탈북민들의 교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심 이듬해 7월 탈북민교회 ‘장대현교회’ 개척
-대안 학교를 하게 된 계기는. 교회 출석하는 젊은 탈북엄마들이 아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대안학교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솔솔 들려왔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탈북자녀들 가운데 선생님의 말을 단 한 마디도 알아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부산지역에 대안학교를 세워야 겠다는 결심을 갖게 되었다.
- 아이들에게 특별히 하는 훈화는. 누가 고향을 물으면 당당하게 OO(자기 살던 북한지역) 이라고 하라. 그러면 호기심에 그곳이 어떤 곳인지 묻는다. 그때 자기 고향의 자랑을 하면서 통일 후 꼭 내가 고향을 개건하는 주인이 되니 본인에게는 응당 프리미엄이 있다고 하라. 그러나 북한 고향을 숨기거나 우물쭈물하면 그 자체가 너를 낮춰보는 순간이 된다. 어렵고 못살고 나쁜 이미지만 각인되는 것이다.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으니 북한은 내가 태어난 한반도 북부지역이라고 떳떳이 말하라고 한다.
교회 출석하는 젊은 탈북엄마들이 아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으면 좋을 것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이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결심
-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교사가 교육이다. 선생님은 학생의 거울이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아이들이 쉽게 따라한다. 그러니 선생님은 실력은 물론 덕망, 인성,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넘치도록 소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꾸준히 수양해야 한다. 자격증은 물론이고 탈북민 대안학교 교사이니 탈북민 관심도 있어야 한다. - 아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절대로 조금도 기죽지 말고 어깨를 쭉 펴고 당당히 살아라. 탈북민이 어때서? 5천만 남한 국민이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체험을 해본 사람이다.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뭐든 최선을 다해 하는 학업 열성과 생활기풍을 소유해라. 오늘의 성실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때가 꼭 온다. 미래 통일한국은 분명 너희들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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