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이름났던 여성과 그녀의 재혼 상대에 대한 가십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40대 이혼녀와 20대 연하남의 재혼, 성전환, 동성애, 고가 사치품 선물과 사기, 성폭행 등 일그러진 치정과 금전 관계가 뒤얽혀 있다. 20대의 사기 전과자가 또 다시 유명인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 그러고도 공영방송에 나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유명 재혼녀는 사기꾼으로부터 수억 원이 넘는 사치품들을 선물로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사기 피해자라며 상대를 악마라고 공격해댔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인데도 이질적이다 못해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삶의 상식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막장’이라고 표현되는 드라마들보다 더 엽기적인 막장의 끝판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안 보고 안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세상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도 정말 괜찮은 걸까.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대 부모들은 자녀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준 것일까.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대형 참사는 MZ세대들의 동시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비극의 뿌리에 기성세대의 물신숭배적 탐욕이 깔려 있었다.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눈앞에서 말로 가르친 것보다 감추고 싶은 뒷모습을 더 닮는다. 그래서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요, 삶의 열매다. 부모 세대는 비극의 책임을 지고 다음 세대의 고통을 짊어져야 할 의무가 있다.
한반도 북쪽으로 가보자. 북한에서도 세대 차이와 갈등이 있다고 한다. 단지 강력한 독재정권의 공포 정치에 인해 가정 내 갈등이나 사회 문제들이 억눌려지고 있다. 이 억눌림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북한에도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한다. 탈북 한 MZ세대들은 거짓의 탈을 비교적 빨리 벗어버린다. 부모 세대가 거짓된 태도로 우상 독재 권력에 굴종해온 습관을 쉽게 벗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독재 정권의 과장된 거짓 공포에 억눌린 부자유와 분노, 심각한 가난과 차별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쪽의 모순을 쉽게 파악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도 만족함이나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개인적 욕망에 집착하는 이기적 모습에 당황한다. 그것은 탈북자들이 생사를 걸고 탈출할 때 오직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몸부림치던 모습과 닮아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이기적 탐욕으로 가득 찬 괴물들로 자라지 않게 하려면 북한과 북한 주민의 실상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어 가는데도 지도자라는 자는 제 몸뚱이를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살찌는 사회. 그런 독재자를 목숨 바쳐 결사옹위하자고 선동하는 부역자 집단. 그것을 바로잡거나 개선하려는 관심과 의지가 없고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사회다. 이런 거짓에 짓눌려 있는 사회는 더 이상 소망을 갖기 어렵다. 남쪽도 마찬가지다. 물질적 허영과 탐욕의 노예가 되어 개인과 집단 이기심에 몰두하는 삶. 이런 사회에서는 양심이 다 썩어버린다. 주변 사람들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품고 돌보지 않으며 외면한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당연시 여긴다.
통일은 거짓과 모순이 제거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 남과 북의 어둡고 추악한 면들이 다 드러나고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진실을 직시하는 것은 뼈가 부러지고 살이 타는 고통이 수반되는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이 참된 평화와 자유를 추구할 능력을 갖게 된다. 용기 있는 자들만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통일을 이루어갈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이 놀라운 진실의 역사를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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