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평] 내면의 깊은 울림... ‘마더 박’의 산행기

내 영혼, 산에 기대어 (박청수 지음)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이사장 | 기사입력 2023/06/21 [16:37]

[신간 서평] 내면의 깊은 울림... ‘마더 박’의 산행기

내 영혼, 산에 기대어 (박청수 지음)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이사장 | 입력 : 2023/06/21 [16:37]

최근 빙하가 있는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의 오야마(雄山 3,003M)를 올랐다. 중간 산장까지 안내했던 산행 가이드는 산사나이였다. 그에게 산은 무엇인가 물었다. 잡념이 없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귀국해서 우연히 손에 잡은 책, 박청수의내 영혼, 산에 기대어에서도 곳곳에서 그런 내용을 써두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음 세 낱말이 떠오른다.

 

 



수려하다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고 불리우는 박청수는 이곳 저곳의 산행을 수려한 글 맵씨로 그리고 있다. 책 중‘4월의 북한산을 읽어보면 더욱 그렇다. 봄이 되어 움트는 잎이 새의 부리처럼 뾰족이 내미는 북한산에 비가 내린다. 그러면서 은밀한 공간이 되어버린 산장 한 귀퉁이에서 지인과 나누는 대화에서는 청솔 내움이 나고, 하산 길에 내리는 은실 비는 내 마음 속 구석구석까지 상쾌함을 스며들게 한다. 어느덧 석양빛이 내려앉은 북한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멧비둘기 소리는 어린 시절 내가 자라던 산촌을 생각나게 하면서 정겹고 가슴 설레게 한다. 읽다 보면 4월의 북한산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독자로 하여금 절로, 그래 나도 4월이 되면 북한산을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흥처럼 샘솟는다. 저자 박청수는 겉으로는 무소유이지만 실제로는 자연을 생동하게 하는 거대한 우주 소유주이다.

 

 수행이다 박청수에게 산행은 수행 길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인격과 산의 산격(?)을 일치시킨다. 그러면서 그는 산에 오를 때마다 광활한 마음가짐이 들면서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깊은 산 속에서 밤하늘을 우러러보다 보면 마치 우주와 대좌하고 있는 듯한 또 하나의 우주가 되어버린 자신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산에 오르는 것이 좋아서 그는 틈만 나면 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긴다. 백암산, 남북덕유, 설악산, 지리산은 물론이고 묘향산, 금강산, 백두산의 영롱한 기운도 느껴봤다. 뿐인가. 스위스 알프스, 히말라야 설산과 그랜드캐년의 장엄함도 가녀린 몸에 간직했다. 그러한지라 산과 함께 해온 일평생의 연속선상에서 지금도 문수산 자락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히 산인(山人)의 경지에 오른 여인이다.

 

 선()하다 2010년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10인에 오르기도 했던 마더 박은 평생을 상생선연(相生善緣)의 삶을 살아왔다. 살아보면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한 선연(善緣)의 사람은 내 인생의 동반자이다. 내용 중에, ‘홍라희 여사와 한센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읽어보면 세상에는 참으로 착한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읽는 우리도 절로 삶의 의욕을 갖게 된다.

 

 마더 박청수와 선연의 사람인 홍라희는 이건희 삼성 전회장의 생일인 19일이 되면 성 라자로마을의 한센인들이 1년 동안 먹을 먹거리들을 보내왔는데, 이회장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금년인 2023년까지 48년 째 선물해 오고 있다. 갑자기 궁금해서 성라자로마을에 전화해봤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 팩트를 알려주는 수녀님의 목소리가 너무도 선해서 좋았다. 누가 뭐래도 선한 사람들은 선하게 산다.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가운데 선한 사람들은 상생의 삶을 살아오고 있고, 그 중심에는 마더 박이 있다. 마더 박은 이러한 기운을 북한에도 보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한다. 참으로 고마운 통일 일꾼이다수려하고 선한 마더 박청수. 이 책을 읽은 독자는, 2018년 개봉하여 5만 여 명이나 봤던 다큐 세상받든 이야기 마더 박청수를 다시 소환해보고자 할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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