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전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3/03/28 [11:20]

말 전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3/03/28 [11:20]

지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난히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로 해서 발전도 하지만 평지풍파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대개는 이런 사람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공연히 시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데 대놓고 말싸움을 걸어오는 데에는 별수 없다. 맞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잘잘 못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모양새가 영 사납게 되기 일쑤다. 오죽하면 까마귀 싸우는 곳에 가지 말라고 했을까.

 

우리나라 사람은 말하기 참 좋아하는 민족이 아닌가 한다. 언제 한번 본 일 없는 낯선 사람이 옆에 앉아도 쉽게 말을 주고받는다. 그게 흉도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멀고 먼 시장가는 버스에서 만난 사람이라도 내릴 때는 어느덧 친구가 된다. 말 나누기 좋아하는 민족이 아닐 수 없다. 착한 민족이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이런 착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더니 총싸움하다가 지금은 한시도 쉬지 않고 말싸움으로 지샌다.

 

 지난날, 한참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일 때 가장 무서운 것은 핵무기 폭탄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날리는 말 폭탄이었다. 라디오를 매개로 한 전쟁은 치열했다. 서로 자유스럽게 오고 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고 어느 쪽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는 터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싸움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말 폭탄만 쏟은 게 아니다. 메마른 소련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서방 음악을 틀어줬다. 우렁찬 행진곡을 주로 듣던 그들에게는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낯설든 재즈가 친구가 됐고 이윽고 라디오 주파수는 미국방송, 유럽방송으로 맞추어졌다. 이것은 말싸움에서 음악이 이겼다고 하기보다는 음악에 스며든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미풍에 취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이 가장 닮고 싶은 독재자 할아버지인 김일성 은 소련군 대위 출신이다. 그가 스탈린의 후광을 업고 북한에서 제일 먼저 역점을 둔 것이 선전 선동이다. 그는 혁명의 선전 수단으로 선전 선동 조직을 동원해 라디오와 길거리에서 쉬지 않고 공산주의와 위대한 수령을 외쳐대게 했다. 그 짓은 6, 25 남침 당시, 일시 점령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김일성 찬양 노래를 단시간에 배우게 해 소리 높이 부르게 했다. 또한 선전 선동 구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치게 했다.

탈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다들 유식한 것 같아요. 뭘 물어봐도 척척 대답하는 게 청상 유수에요

거침없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유식하달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말에 녹아난 그들이니 더듬거리거나 막히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조련된 앵무새란 걸 알 수 있다.

 

 북한은 연초,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 문화어 보호법을 만들었다. 한국식 말투를 쓰면 6년 이상 징역을 살게 하고 가르치거나 인쇄물을 제작 유포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벌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은 한국 영상물을 유포한 사람을 사형에 처했다. 여기에 새 법은 게임 ID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북한 여성들이 남성 동무를 오빠라고 부르는 게 유행하자 남조선 잡탕 말이 침투한 줄 알고 겁을 낸 것이다.

 

 필자가 북한에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어언 60년쯤 됐다. KBS에서 “5분극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방송하고부터다. 출연도 하고 후에는 직접 쓰기도 했다. 처음 김삿갓방송할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이 수없이 나왔다. ‘상호란 말을 호상이라고 하는 건 약과다. ‘이해란 말을 요해라 하고 담보’ ‘담화’ ‘접선등등. 본디 우리 고어(古語)인 채소를 남새라 했다. 아예 무슨 말인지 모를 말도 숱했다.

 

 북한 정권이 혁명의 수단으로서 쉬지 않고 말 전쟁을 걸어오고 있다. 저들의 오염된 말들을 지우기 위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 한국말을 끊임없이 듣고 보도록 방송과 전단을 보내줘야 한다. 전쟁에서 패배는 노예요 죽음이다. 대북 심리전을 확장해 제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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