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지난 9월 22일과 23일에는 온종일 거의 모든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 워딩을 대상으로 갑론을박 논란이 격심하게 벌어졌다. 이는 한미동맹을 해치는 것이고, 나아가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논조의 야당ㆍMBC 공격에 여당과 대통령실에서는 쩔쩔매는 모습이 확연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른 보도였다는 워딩 발언자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전해진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부터는 공세가 완전 역전되었다. 마치 야구 9회 말의 홈런으로 승부가 뒤바뀌듯이. 미국 의회가 아니고 (글로벌펀드 행사에서 윤대통령 자신이 기부하기로 약정한 금액을)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사람들이 말리믄(‘말리면’이란 말의 사투리인 듯) 쪽팔려서 어떡하나 라는 우려였다는 모 의원의 SNS 전언이다. 그러면서 여야 간에 이런 잘못된 보도는 ‘한미동맹을 해치는 것이고, 이는 나아가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똑같은 논거로 공수가 바뀌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 여든 야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욕해서는 안된다 는 전제가 읽혀졌기 때문이다. MBC 뉴스 자막에는 친절하게도 이 욕설(?)이 미국에 대한 워딩이었음을 괄호에 넣어서 알려주면서까지 말이다. 아니, 언제 우리 사회의 담론이 친미 일색으로 바뀌었나.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 그리고 반미 주장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최근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원래 공산주의자들은 계급성을 중시한다. 민족애나 조국애는 공산화를 이루는데 장애물일 뿐이라고 간주한다. 그런 공산주의자들도 민족을 강조할 때가 있다. 공산화 선동을 감출 필요가 있거나, 민족을 내세워서 좀 더 많은 인원을 혁명 투쟁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한다. 그러다가 자신들에게 힘이 생겼다고 생각되면 거추장스러웠던 민족의 옷을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벗어 던진다. 이게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통일전선전술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유독 단일민족임을 내세우면서 민족성을 엄청 강조하는 문화 풍토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 그래서 내세우는 것이 ‘우리 민족끼리’이다. 우리끼리 하면 되지 무슨 미국 사람이 필요하고 일본 사람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사람이나 러시아 사람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연결하는 굳건한 한미일 동맹을 깨뜨리기 위한 쐐기로 ‘우리 민족끼리’를 끊임없이 되뇌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쉽게 넘어간다. 최근 정말 희한하게도 이러한 통일전선전술의 마각이 드러나는 사건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된 것이다. 그 친서 내용 가운데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빼고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둘이서만 북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게 있었다.
그런데 그 친서를 보낸 날짜가 2018년 9월 21일이어서 놀라웠다. 불과 이틀 전인 19일에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서 이른바 한반도(‘북한’이 아님에 주의)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공동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 전문에는 분명히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라고 되어 있다. 바로 우리 민족끼리 원칙이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에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모주간지 9. 25)“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깍듯이 각하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주장은 역시나 대한민국을 빨갛게 통일하기 위한 선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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