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통일부는 지난 7월 22일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실현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을 앞세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6년째 공전하고 있는 북한 인권재단 출범에 대해 신속한 추진을 당부했다.
북 인권상황 대외적으로 개선 촉구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 해결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남북 간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삼은 지난 정부의 입장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은 지난 2005년 제60차 유엔총회부터 2021년 제76차 유엔총회에 이르기까지 17년 연속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였으며,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대외적으로 개선을 촉구해 왔다.
새 정부에 들어 통일부가 다시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된 분위기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마땅한 방법을 찾기는 쉬워 보이지 보인다. 특히 북한은 자국 내 인권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단정 짓고 있는 이상 남한의 노력이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북한 인권’에 대해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는 “고문 및 비인도적인 대우, 여성에 대한 성폭력, 비사법적 및 자의적 구금,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부재, 즉결처형과 자의적 처형,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인한 사형선고, 아동 등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노동,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 북한으로 추방·송환된 탈북민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벌 등” 이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도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대응역량 부족, 코로나19 상황 및 지속적인 국경봉쇄로 인해 악화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부족과 보건문제 등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침해와 사회적 계급과 출신 그리고 정치적 의견과 종교를 이유로 사람을 분류하는 제도 등 폭넓은 범위에서 언급했다.
남한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게 되면 본의 아니게 광범위한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북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보다 악화시킬 수도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정치적 혹은 외교적인 압박을 통한 정면 대응보다는 우회적 접근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를 통한 인권문제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중 하나가 건축정책을 통한 북한 인권의 개선방안인 것이다.
가족 구성원 간 관계 형성까지 보장
국가의 건축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반영한다고 한다. 따라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면 인권문제 차원에서 조명되기도 한다. 특히 국가가 주거시설을 지급하는 경우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의 벽을 스스로 뛰어넘기 힘들고, 이런 환경에 처한 주민들의 고통은 심각하기 마련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평양의 건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대외홍보용 월간 화보 '조선'을 통해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송화거리 등의 초고층 살림집을 집중적으로 홍보하였다. 이것은 평양의 발전상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북한이 경제제재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하다. 그러나 평양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대부분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평양과 매우 다르다.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치 않은 북한의 여건을 고려할 때 겨울철 영하 20도 가까운 추위에 단열성능이 전혀 없는 주택에서 긴 밤을 지새워야 한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도시 외곽의 일반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대체로 이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지어진 주택 수가 북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 현재 북한 주거시설의 성능과 노후 정도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 의료 등을 공급하여 직접적인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고통의 대부분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건축이란 인민들의 식생활 및 보건·건강의 문제는 물론이고, 적정수준의 주거공간이 확보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 휴식,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형성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크기와 가치를 떠나 남북관계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몇 해 전 남한의 한 대북지원 단체가 북한의 결핵환자를 돕기 위해 매번 의료적인 지원을 하던 중 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병동을 지원한 것은 물론 단순히 의료적인 목적이었지만, 건축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는 많은 고통을 덜어준 고마운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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