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당중앙위원회 8기 4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남북관계 및 대외정책 관련 언급은 “결론은 다사다변 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가 전부이다.
이번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가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이 가장 짧은 신년사로 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에 대해 언급한 글자 수는 66자(공백 제외)로 전원회의 보도 기사(제목 제외)의 글자 수 14,896자의 0.4%에 불과, 다시 말해 1%도 되지 않는다.
김정은의 2021년 평가와 2022년 대내외정책 방향제시에서 남북관계와 대외정책 관련 부분이 이처럼 예외적으로 극도로 적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올해에도 대남 및 대미 접촉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 중대사”로 다시금 지적했다. 2021년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과 전 세계적 대유행의 지속으로 인해 북한은 올해에도 계속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과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교역만을 진행하면서 자력갱생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호응해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다수의 전문가들 기대와는 다르게 김여정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으로의 승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여정의 이름이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사이에 언급되었던 것은 김여정이 김정일의 딸이라는 점을 고려한 예외적 호명 순서였을 뿐 그의 당내 지위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는 당일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시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들보다도 뒤에, 다시 말해 5열(주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급 인사들 위치)에 서 있었다는 점을 통해 확인됐다.
행사의 성격에 따라 주요 간부들의 호명 순서가 일시적으로 변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명 순서 하나만 가지고 지위 변동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여정은 올해에도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로서 대남 및 대미정책과 관련해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민생을 파악해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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